양심적 병역거부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관심을 받는 이슈 중에서 대표적인 것으로 병역의무가 있다. 병역의 의무는 헌법 제39조의 국방의 의무로부터 파생된 병역법상의 의무이다. 그런데 병역의 의무는 남자에게만 부과되고, 한창 공부하거나 사회진출을 위해 준비해야 할 연령대에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그 연령대의 남자에게는 회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물론 병역의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려는 사람도 있지만, 이와 반대의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는 내면에서 형성된 양심을 실현하는 자유가 포함된다. 양심실현의 자유에는 양심을 표명하거나 양심을 표명하도록 강요받지 않을 자유인 양심표명의 자유,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지 않을 자유인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 양심에 따른 행동할 자유인 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가 있다. 이 중에서 양심표명의 자유에는 자신의 신념을 적극적으로 나타내는 적극적 표명의 자유와 양심표명을 강요받지 않을 자유가 있다.

양심에 반하는 행위의 강요금지는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말하는 것으로 대표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의 의무 자체를 거부한다기보다는 사람을 살상하는 무기의 사용을 거부하는 것으로 소위 집총거부의 문제이다. 헌법재판소는 전쟁에 반대하고 총기사용을 거부하는 것을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봤다. 양심의 결정에 따라 입영거부나 소집불응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서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자유로부터 대체복무를 요구할 권리가 도출되지 않는다고 봤고,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심사에서 비례성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병역의무의 예외를 인정하면 국가안보라는 공익을 달성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다가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비례성원칙을 적용해 심사하면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규정만 있다고 해도 피해최소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2018년 헌법재판소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 등 다섯 가지로 한정해 규정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는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3일이 지나도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응하지 않은 경우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은 합헌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판례변경은 대법원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법원도 입영·소집 기피로 처벌되지 않도록 하는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도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 판례를 변경해 해당된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와 사법부의 태도로 국회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병역법을 개정했다. 나아가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아닌 단순한 반전 또는 평화주의자의 병역거부도 인정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반전이나 평화를 위해 집총거부를 자신의 양심에 따라 결정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출처- 천지일보 2021. 9.30[칼럼]
<원문>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906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