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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 경제를 살리려면 - 사공일
	2004-07-05
	[자료집]'코로나19 사태 극복.pdf
진정, 경제를 살리려면 모두가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가 결과적으로 ‘경제 죽이기’가 되지 않게 하려면 우선 경제 살리기란 추상적 목표 자체에 대한 올바른 시각 정리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 시점에서 경제 살리기는 침체된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단기적 목표와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성장잠재력 배양이란 장기적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가 사상 유래 없는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심한 경기침체에 빠져 있는 것은 작년 2분기부터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민간 소비와 기업 설비투자 때문이다. 그런데 단기적 경기회복을 위해 바람직스러운 민간소비의 빠른 증가는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 많은 가계가 무거운 부채와 신용불량자 문제로 소비를 크게 늘릴 수 없는 형편에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이것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단기적 경기회복에 급급한 나머지 민간소비 조장을 위해 애국심까지 들먹이며 정부가 각종 시책을 무리하게 추진해 온 결과임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어느 일간지 칼럼(2001년 11월)을 통해, 이런 소비조장 시책과 관련하여, “개별 가계 차원에서의 근검절약과 저축보다 오히려 소비가 미화되어 낭비가 용납되고 사회적 가치판단에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민간소비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고 경제가 정상을 회복하면 자연적으로 늘어나게 돼 있다. 따라서 일부러 소비를 미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동시에 늘어나는 소비를 과소비 운운하며 죄악시하는 일도 없어야 하겠다”고 피력한 바 있다. 그렇다. 민간소비는 기업투자가 활성화되고 고용과 가계소득 증진 가능성이 보일 때 특별한 시책 없이도 늘어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경기진작을 위한 정책의 초점은 기업투자 활성화에 모아져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 현재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수준을 훨씬 넘는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많은 선진국과 이미 3만달러 수준을 넘어 4만달러 수준을 내다보고 있는 미국과 일본 국민들의 생활 수준에 이르려면 우리의 갈 길은 아직도 요원하다. 따라서 장기적 지속성장 기반 마련이란 차원에서도 기업투자의 활성화가 시급한 것이다. 또한 기업투자 활성화는 현재 우리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부 IT관련 수출 제품의 높은 수입 원자재 내지 부품 의존도를 개선하여 수출의 일자리 창출과 경기확산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물론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 투자와 기술인력 양성 노력이 이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 한마디로 경제 살리기의 핵심은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실천해 나가는 일이어야 한다. 이제 공허한 ‘기업투자 촉진대회’나 ‘말의 잔치’는 더 이상 필요 없다. 시급한 것은 시장 기능을 통한 기업투자 촉진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확고한 신념에서 출발한 규제개혁, 세율조정,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사관계 정상화 등 제반 시책들을 일관성 있게 그리고 강력하게 펴나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 경제정책의 기획·조정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정부 조직 개편도 바람직스럽다고 본다. 아울러 기업의 투자 여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필요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화 등 기업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은 물론 가속화되어야 한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조선일보 2004. 7. 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