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배당이 크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13조원이 넘는 현금배당계획을 발표했다. 주주는 4월 중에 주당 1932원씩 현금을 받는다. 여기에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매년 정규배당 9조 8000천억원에다 추가 배당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파격적인 방침까지 밝혔다. 이미 작년에도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44.7%로 24.5%인 애플을 크게 앞섰다. 당기순이익을 당장 배당으로 나눠가질 것인지 아니면 재투자를 위해 사내에 유보할 것인지를 최대주주가 결정하고 주주들이 동의한 결과다. 작년 국내 10대 기업들은 평균 100원을 벌어 41.3원을 현금으로 배당했다. 20%를 밑돌던 배당성향은 몇 년 사이 빠르게 증가했고 이젠 미국 기업들의 평균치인 32.2%를 훌쩍 넘어섰다. 큰 순이익을 낸 기업에 투자해 단기이익을 챙기는 주주들은 만족스럽다.
그런데 배당을 자꾸 늘이는 게 일반 주주들과 우리 경제에도 정말 좋은 걸까. 번 돈에서 얼마를 남기고 얼마를 나눠야 최적의 배당일까? 이 배당정책에는 주주의 만족과 기업가치라는 현실적인 요소들이 작용한다. 그래서 학계에선 복잡한 이론 대신 몇 가지 가설로 기업의 배당행태를 설명한다. 우선, 주주들이 경영자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선 우량기업이라도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자신이 우량하다는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우리는 우량기업입니다” 라는 광고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량기업이 할 수 없는 현금으로 증명하는 게 답이다. 이게 현금배당을 많이 할수록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배당의 정보효과다. 그리고 주주이익을 훼손하는 경영자의 행동을 감시하지 못하는 대리인 문제가 있다. 도덕적 해이가 심할수록 배당을 많이 하는 것이 대리인 비용을 줄이고 그만큼 기업가치가 증가한다는 대리비용 가설도 있다.
그러면 잘 나가는 기업들이 배당보다 사내유보를 더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분명한 이유가 있다. 미래 투자를 위한 자금의 마련 때문이다. 자금을 조달하는데 주식이나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내부에 적립된 유보금을 꺼내 쓰는 게 거래비용 면에서 더 유리하다. 투자의 기회가 없다면 지금 현금으로 나누는 게 좋지만, 성장하려는 욕구가 강할수록 기업은 새로운 투자를 위한 자금마련에 늘 관심을 둔다. 배당을 많은 기업은 성장잠재력이 낮은 기업으로 평가되고 그래서 배당은 기업가치를 낮춘다는 게 거래비용 가설이다. 세금도 주주에겐 또 다른 변수다. 배당에는 15.4%의 소득세를 내지만 시세차익엔 소득세가 없다. 주주가 배당을 포기하는 대신 주가를 높여 시세차익을 선호하는 이유다. 그래서 배당보다는 사내에 유보하는 쪽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조세효과다.
다가오는 주총의 계절 3월. 해마다 경영계는 긴장한다. 영업실적에 대한 주주만족 때문이다. 최대주주에겐 경영진의 재신임 여부가 가장 큰 관심이지만 일반 주주에겐 작년 한 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을 나누는 배당에 더 관심이 간다. 주총에 참여하는 주주의 선택은 두 가지. 배당으로 현금을 챙길 것인가 아니면 투자를 계속해 오른 주가로 매매차익을 챙길 것인가. 매년 겪는 일이지만 흑자를 낸 기업마다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이익을 놓고 적절한 균형점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게 더 있다. 주총의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주요 주주들의 행태와 사내유보금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모든 주주가 평등하다.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예전같지 않은 현실에선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에도 기업은 민감하다. 구글처럼 경영권을 방어할 차등의결권이 없는 나라에서 알짜기업일수록 대주주인 외국자본의 배당압력을 견뎌내기도 힘들다. 장기적인 관점의 배당정책이 어려운 이유다. 그리고 금고에 쌓아놓은 현금처럼 인식하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세간의 오해다. 유보된 이익잉여금은 복식부기의 회계적 용어에 불과할 뿐이다. 사내에 유보된 이익이란 이미 공장과 기계, 재고자산과 투자로 기업이 투자하고 있는 자산이다. 그래서 사내유보금의 축소는 곧 자산과 사업의 축소가 된다. 빠르게 늘고 있는 배당. 그걸 향유하는 즐거움보다 투자위축과 일자리 감소, 기업경쟁력 저하가 뒤따른다는 걸 경계해야 한다. 미래의 성장보다는 당장의 주주만족으로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기업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단기이익을 챙겨 ‘먹튀’하는 외국자본, 거기에다 황금알 낳는 오리까지 잡으려는 투자의 조급함이 더 문제다. 늘고 있는 대기업들의 배당만큼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떨어지고 있다.
늘어나는 대기업들의 배당, 우리 경제에 좋은 건가
대기업들의 배당이 크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13조원이 넘는 현금배당계획을 발표했다. 주주는 4월 중에 주당 1932원씩 현금을 받는다. 여기에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매년 정규배당 9조 8000천억원에다 추가 배당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파격적인 방침까지 밝혔다. 이미 작년에도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44.7%로 24.5%인 애플을 크게 앞섰다. 당기순이익을 당장 배당으로 나눠가질 것인지 아니면 재투자를 위해 사내에 유보할 것인지를 최대주주가 결정하고 주주들이 동의한 결과다. 작년 국내 10대 기업들은 평균 100원을 벌어 41.3원을 현금으로 배당했다. 20%를 밑돌던 배당성향은 몇 년 사이 빠르게 증가했고 이젠 미국 기업들의 평균치인 32.2%를 훌쩍 넘어섰다. 큰 순이익을 낸 기업에 투자해 단기이익을 챙기는 주주들은 만족스럽다.
그런데 배당을 자꾸 늘이는 게 일반 주주들과 우리 경제에도 정말 좋은 걸까. 번 돈에서 얼마를 남기고 얼마를 나눠야 최적의 배당일까? 이 배당정책에는 주주의 만족과 기업가치라는 현실적인 요소들이 작용한다. 그래서 학계에선 복잡한 이론 대신 몇 가지 가설로 기업의 배당행태를 설명한다. 우선, 주주들이 경영자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선 우량기업이라도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자신이 우량하다는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우리는 우량기업입니다” 라는 광고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량기업이 할 수 없는 현금으로 증명하는 게 답이다. 이게 현금배당을 많이 할수록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배당의 정보효과다. 그리고 주주이익을 훼손하는 경영자의 행동을 감시하지 못하는 대리인 문제가 있다. 도덕적 해이가 심할수록 배당을 많이 하는 것이 대리인 비용을 줄이고 그만큼 기업가치가 증가한다는 대리비용 가설도 있다.
그러면 잘 나가는 기업들이 배당보다 사내유보를 더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분명한 이유가 있다. 미래 투자를 위한 자금의 마련 때문이다. 자금을 조달하는데 주식이나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내부에 적립된 유보금을 꺼내 쓰는 게 거래비용 면에서 더 유리하다. 투자의 기회가 없다면 지금 현금으로 나누는 게 좋지만, 성장하려는 욕구가 강할수록 기업은 새로운 투자를 위한 자금마련에 늘 관심을 둔다. 배당을 많은 기업은 성장잠재력이 낮은 기업으로 평가되고 그래서 배당은 기업가치를 낮춘다는 게 거래비용 가설이다. 세금도 주주에겐 또 다른 변수다. 배당에는 15.4%의 소득세를 내지만 시세차익엔 소득세가 없다. 주주가 배당을 포기하는 대신 주가를 높여 시세차익을 선호하는 이유다. 그래서 배당보다는 사내에 유보하는 쪽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조세효과다.
다가오는 주총의 계절 3월. 해마다 경영계는 긴장한다. 영업실적에 대한 주주만족 때문이다. 최대주주에겐 경영진의 재신임 여부가 가장 큰 관심이지만 일반 주주에겐 작년 한 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을 나누는 배당에 더 관심이 간다. 주총에 참여하는 주주의 선택은 두 가지. 배당으로 현금을 챙길 것인가 아니면 투자를 계속해 오른 주가로 매매차익을 챙길 것인가. 매년 겪는 일이지만 흑자를 낸 기업마다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이익을 놓고 적절한 균형점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게 더 있다. 주총의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주요 주주들의 행태와 사내유보금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모든 주주가 평등하다.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예전같지 않은 현실에선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에도 기업은 민감하다. 구글처럼 경영권을 방어할 차등의결권이 없는 나라에서 알짜기업일수록 대주주인 외국자본의 배당압력을 견뎌내기도 힘들다. 장기적인 관점의 배당정책이 어려운 이유다. 그리고 금고에 쌓아놓은 현금처럼 인식하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세간의 오해다. 유보된 이익잉여금은 복식부기의 회계적 용어에 불과할 뿐이다. 사내에 유보된 이익이란 이미 공장과 기계, 재고자산과 투자로 기업이 투자하고 있는 자산이다. 그래서 사내유보금의 축소는 곧 자산과 사업의 축소가 된다. 빠르게 늘고 있는 배당. 그걸 향유하는 즐거움보다 투자위축과 일자리 감소, 기업경쟁력 저하가 뒤따른다는 걸 경계해야 한다. 미래의 성장보다는 당장의 주주만족으로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기업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단기이익을 챙겨 ‘먹튀’하는 외국자본, 거기에다 황금알 낳는 오리까지 잡으려는 투자의 조급함이 더 문제다. 늘고 있는 대기업들의 배당만큼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떨어지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출처- e대한경제 2021. 2.19[칼럼]
<원문>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02171641179450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