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에 품는 희망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출발선에서는 늘 희망을 품는다. 정말 지난 한해는 어두운 터널 속 같았다. 코로나19 탓만이 아니었다. 사회전반을 정부에 예속시키려는 정부의 행태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4.15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후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각종 조치를 쏟아내는 정부와 집권당은 폭주하는 전차와 같았다. 24번에 걸친 부동산정책, 기업규제 3법, 노동조합법, 징벌적 부동산세 등으로 국민의 재산권과 경제적 자유를 심하게 훼손했다.

경제적 자유뿐만 아니다. 국민들의 일상의 자유도 크게 제한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게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는 ‘감염병예방법’에 이어, ‘5인 이상 모임 금지’라는 조치를 취했다. 방역과 백신확보 실패에 대한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며 국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자유로운 활동을 제한했다.

자유가 훼손될수록 국민의 삶은 피폐해진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일자리가 파괴되어 실업이 증가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은 서민과 저소득층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4년간 소득불평등이 악화되었으며 빈곤층이 55만 명이나 새로 증가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중산층과 자영업자 몰락, 기업도산 속출, 빈곤층 소득 감소 등의 현상들이 나타나며 중간 중간 정부정책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완전히 무시하며 질주했다. 규제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또 다른 규제로 문제를 봉합하려고 했다. ‘규제의 악순환’이 발생하며 경제는 활력을 잃었고, 국민들은 실의에 빠졌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는 현 집권세력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을 실현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한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정치이념은 매우 중요하다. 조선이 망한 것은 위정자들이 성리학 이념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성리학의 도덕 체계를 세우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국가로 생각했다. 거기에는 부국강병이 없었다. 실용을 배격하고 물적 생산을 천대했다. 도덕과 윤리가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다. 사농공상이라는 신분제를 만들어 놓고 도덕과 윤리를 말하면서 백성들을 천시하며 사리사욕을 챙기는 성리학 위선자들로 가득했다. 그리고는 망했다!

현 집권세력은 조선의 위정자들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 집권자들이 사회주의이념을 실현하려고 하는 것 같다. 미제스는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마르크스 이념에 따라 철저하게 국가가 통제하고 계획하는 러시아식이 있고, 다른 하나는 명목상 생산수단의 개인소유, 기업가, 시장교환을 유지하면서 경제주체들에게 명령하고 지시하는 통제경제체제이다. 어느 형태에서든지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고 정부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 사회가 움직이게 된다. 지금까지 해온 것으로 보면 현 집권세력이 목표로 하는 것은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

현 집권세력에는 이런 이념에 사로 잡혀 말로는 공정, 정의를 외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로 넘친다. 그리고 부국강병도 없고, 세계정세와 아랑곳하지 않고 고립하며 경제 확장이 아닌 축소의 길로 내달리고 있다. 조선의 관념파들이 국익보다는 당파 이익을 우선했듯이 국가의 안위는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이념실현과 정권유지를 위해 밖의 적들과는 싸우지 않고 안에서 적을 만들어 권력의 칼날을 휘두르며 대립과 갈등을 부추겼다. 라임·옵티머스 게이트, 한미동맹을 폄훼하고 북한과 중국에 대해 보이는 우호적인 태도, 조국 사태,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 조치 등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이런 현 집권세력의 질주를 막는 데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이를 막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와 같은 나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런 질주를 막는 것이 2021년 올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다행히도 희망이 보인다. 지난해 후반에 이어진 법원 판결은 우리 사회에 아직 보편과 상식, 원칙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이 거침없는 질주를 막을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갖자.

안재욱 (경희대 명예교수. 경제학)
출처- 브릿지경제 2021. 1.4[칼럼]
<원문>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210104010000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