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막힌 항공산업 기반 지켜야

이번 총선에선 코로나19의 블랙홀이 표심을 빨아들였다. ‘코로나19 효과’는 국난 극복의 프레임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카드를 먼저 빼든 여당이 챙겼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민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경쟁했지만 선점 효과는 컸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도 긴급재정을 풀지만 경제사정에 따라 내용과 방법은 다르다.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은 전 국민 대상의 가계지원이 우선이고,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된 유럽은 기업을 살리는 쪽으로 돈을 푼다. 당장 실업률이 치솟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코로나19의 충격을 기업이 먼저 흡수하고 있다. 경직된 고용환경에서 정부의 긴급재난 지원정책은 지나치게 포용적이다.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과 나누면 좋겠지만 나라살림이 문제다. 국가 채무는 1700조원을 넘었고, 정부의 수입과 지출을 비교한 통합재정수지는 12조원의 적자로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999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네 번째로 커졌다. 나라의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전년 대비 네 배가 넘는 54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없던 작년도 재정지표들이다. 당장 시작될 추경예산의 심의 과정에선 긴급재난지원금 약속이 얼마나 지켜질까. 소요 예산과 재원 확보방안은 구체적인 게 없지만 투입될 재정은 모두 빚이다.

지금의 경기침체는 모두 코로나19가 가져온 걸까. 경제는 이미 가라앉고 있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불황국면에 빠져들고 있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 1만원을 공약한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무제를 골자로 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원인이다. 감염병은 금년 1월부터 시작된 재난이고, 지금의 경기침체는 경제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과소소비 때문이다. 지난달 22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작되자 문을 닫는 가게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도 소비억제가 경제에 주는 충격을 가늠할 수 있다.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장에 정부의 긴급 지원이 집중되는 동안 산업계도 위기에 직면했다. 위기는 해운과 정유, 철강업계로 이어졌고, 현금 흐름이 빠른 항공업계와 관광여행업계는 곧장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장기불황과 달리 코로나19는 끝이 있는 일시적 재앙이다. 긴급재난지원은 실효성을 따져서 대상과 방법을 정해야 한다. 무급휴직과 실직, 매출 급감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직접적 피해 가구들이 있는 반면 돈 쓸 기회가 줄어 오히려 소득이 보전된 가계들도 있다. 가동이 중단된 사업장이 있는 한쪽에선 호황을 누린 업종들이 있다. 이미 지원금을 지급한 지방자치단체들에 중앙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은 이중 지원이다. 정부는 긴급지원의 대상을 코로나19를 전후해 직접 피해를 본 개인과 업종을 구분하고 지급된 지원금을 공제해 지원 규모를 정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긴급지원의 대상에는 기업이 우선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코로나19가 지나간 자리에 기업은 건재해 있어야 한다.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금과 일자리, 협력기업과 사회복지,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그 사슬을 공유하는 존재가 기업이다. 경제의 가치사슬은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두 번씩 방문했던 공항에서 더 잘 보인다. 인천공항공사와 자회사의 직원은 1만 명이지만 급유와 체크인, 청소와 기내식, 면세점과 식당, 호텔, 각종 편의시설이 제공하는 일자리는 6만개가 넘는다. 과소소비의 충격은 밑에서부터 온다. 항공업계가 대규모 운항중단에 들어가자 그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사후에 받는 유급휴직보다 아예 무급휴직을 선택하거나 해고를 선택할 정도로 업계의 자금압박은 심각하다.

코로나19 재정투입은 신중하고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경제 위축으로 인해 법인세와 지방세, 재산세 등 세수를 줄이는 요인들도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한국은 이미 경기침체였다. 정부의 시장 개입과 포퓰리즘이 원인이다.” 노벨경제학상 단골 후보인 하버드대 로버트 배로(R. Barrow) 교수의 진단이다. 보편복지로 공짜에 익숙한 국민이 늘수록 경제의 역동성은 줄어든다. 정부와 국회는 코로나19로 경제적 곤경에 처한 대상을 분명히 하고 기업부터 살리는 데 추경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GDP 대비 국가 채무는 국제경제기구들이 권고하는 40%선을 이미 넘어섰다. 먹고사는 문제에선 정치가 경제다. 총선 압승의 자신감으로 빚을 내서 소를 잡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출처- 건설경제신문 2020. 4.17[칼럼]
<원문>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2004161629164130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