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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 직선제 폐지해야 - 류동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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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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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총장 직선제 폐지해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에 9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로버트 러플린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선임됐다. 그가 총장으로서 어떤 성과를 거둘 것인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총장직선제로 온갖 잡음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의 실정을 고려할 때 KAIST 이사회의 이번 결단은 높이 평가될 만하다. 총장직선제는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결실로 도입됐다. 당시 직선제는 대세였고 제도의 장단점은 따질 겨를도 없었다. 직선제를 하다보니 총장을 염두에 두고 연줄을 찾거나 안면을 익히고 관리하는 교수가 생겨난다. 대학을 개혁하고 변화시킬 인물이 총장으로 뽑힌다는 보장도 없다. 총장직선제 도입 이후 연임하는 총장은 없다. 총장 하겠다고 줄을 서 있는데 연임을 누가 반기겠는가. 더욱이 대학 밖에서 유능한 총장을 영입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수들만 총장선거에 참여하는 게 아니다. 직원과 학생들도 총장선거 참정권을 달라고 해서 홍역을 치른다. 다들 먹고 살기 어렵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진단처럼 현재 한국 경제는 위기가 아니라고 하자. 하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있는가.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인적 자원이라는 걸 모를 사람은 없다. 문제는 학교 교육, 특히 대학이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은 한국 대학의 경쟁력이 60개국 중 59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깎겠다고 총장실을 점거하는 게 연례행사처럼 돼 있는 것도 우리네 대학이다. 1980년대 후반 미국 경제가 일본에 밀리던 시절, ‘후기 산업사회의 도래’ 등을 쓴 세계적 석학 대니얼 벨이 일본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미국 경제의 장래에 대한 질문을 받은 그의 답변은 분명했다.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대학의 경쟁력인데 1세기가 넘는 기간에 미국 대학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경제가 살아나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우리는 어떤가. 세계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도 한국에서는 잘 나간다는 이유만으로 서울대를 없애겠다고까지 하고 있다. 또 다른 대학이 잘 나가면 그 대학도 없애자고 할 것인가. 잘 하는 것을 깎아내려 키맞추기 하는 하향평준화, 잘못된 평등주의로는 다 함께 망한다. 일부 대학의 총장들은 세계 수준의 대학을 만들겠다고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 부산지역 대학 총장 7명이 여당의 부산시장 선대위원회 의원장과 위원으로 선거운동에 나섰다. 학교 발전에 매달려도 시간이 모자랄 총장들이 정치판 들러리가 된 것이다. 어떻게 7명이나 한꺼번에 동원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교육 현장을 정치판에 오염시키고 교육까지 정치의 하위 영역으로 전락시킨 책임을 그들은 져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대학 총장이라고 하면 지성의 사표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어느 대학 총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옮기자 세간의 평가는 어떠했던가?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리다. 그렇지만 격(格)이나 모양새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대학 총장은 그런 평가가 나올 정도의 자리다. 모리시마 미치오 런던대 경제학 교수는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라는 책에서 경제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교육과 정신의 황폐 때문에 일본은 몰락할 것이라고 했다. 고등교육의 질도 낮지만 고등교육을 개혁해서 훌륭한 관료와 기업가, 문화인을 키워내도 훌륭한 정치인을 키워내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훌륭한 정치교육이 실시되리라고 생각할 수도 없고 정치인의 질이 높아지리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일본 출신인 그의 일본 미래 전망이다. 이건 바로 우리의 이야기라고 해도 틀림이 없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이공계 위기를 걱정한다. 이공계 위기라고 말하기 전에 학문의 위기, 대학의 위기라고 해야 옳다. 대학은 위기인데 ‘일그러진 우리들의 총장’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또, 누구를 총장으로 뽑는가. 총장직선제부터 손질할 때가 됐다. 류동길 (숭실대 경제학 명예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6. 1 포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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