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도 경제도 외교도 다 놓친 文정부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이 얼어붙었다. 감염 공포에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나가려고 해도 최소한의 보호 수단인 마스크가 없다. 당연히 경제는 멈춰 섰다. 성장률 전망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올해 한국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하는 기관까지 나왔다. 그뿐인가. 약 110개국이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계절은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않지만, 코로나19의 엄동설한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구로구의 한 콜센터에서 9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온 것을 보면, 이제 대구·경북만이 아니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밀집한 수도권에서도 본격적인 집단 감염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는 정부의 안일과 오만 그리고 정치적 고려가 빚어낸 인재(人災)다. 한·중 간의 인적 내왕 규모를 고려하면, 중국에서 우한시를 봉쇄한 1월 23일 즉각 경계 수준을 높였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태연했다. 오히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며 중국에 마스크와 방호복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고비는 2월 2일이었다. 이날 국내 확진 감염자는 총 15명이었다. 한국인이 12명, 중국인이 3명이었다.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가 열렸고 그 결과를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이 발표했다. 이날의 발표와 질의 답변의 내용을 보면, 정부도 감염원 차단의 필요성, 마스크 품귀 등의 문제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중국 후베이성으로부터 입국을 막고 사태 추이를 봐서 입국 차단을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마스크 수급 문제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는데도 추가 감염원 차단 조치는 하지 않았다. 대한의사회가 6차례나 중국발 입국 금지를 권고했지만, 외교·경제를 이유로 무시했다. 마스크 수급 문제도 2월 내내 방치했다. 공항에는 마스크를 들고 나가는 보따리상이 줄을 섰다. 의료진에 필요한 방호복의 수출도 방치했다. 2월에만 2016∼2019년 월평균 수출량의 1700배인 170t(87만여 벌)이 중국에 수출됐다.

정부가 분명히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왜 그랬을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성사시킬 목적 등으로 중국의 눈치를 봤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어렵다.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간 2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이라고 했다. 2월 26일 박능후 장관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처음부터 통제했어야 했다는 일부 야당 의원의 지적에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며 반박했다.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것은 대만과 비교해 보면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만은 11일 현재 확진자 48명으로 인구 차를 고려해도 한국의 80분의 1이다. 사망자는 단 1명이다. 우리 못지않게 중국과의 왕래가 많았던 대만이 이렇게 코로나19의 확산 방지에 성공한 것은 처음부터 감염원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대만은 중국이 우한을 봉쇄하자 중국발 입국을 제한하기 시작해, 2월 7일에는 중국과 홍콩·마카오에서 오는 외국인 입국을 전면 차단했다. 1월 24일부터는 마스크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의료 인력의 출국도 금지했다. 그 결과 경제 충격도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떨어진다고 본다.

한국은 외교와 경제를 앞세우며 중국 눈치 보다가 둘 다 놓쳤다. 지금이라도 어설픈 정치적 계산은 그만두고 방역은 방역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이영조 (경희대 교수·정치학)
출처- 문화일보 2020. 3.12[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312010731110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