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권리

과거 우리나라 헌법은 혼인의 순결에 관한 규정을 둬 혼인을 보호했다. 그러다가 1980년 제8차 개정헌법에서는 혼인과 가족생활을 규정함으로써 혼인을 통해 가족을 구성하고 생활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고 봤다. 1980년 헌법 제34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라고 해, 혼인권과 가족생활권을 기본권으로 명문화했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제36조 제1항에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함으로써, 구 헌법보다 국가의 보장 의무를 명문화해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혼인에 관한 권리나 가족에 관한 권리는 사회권으로서 헌법은 국가공동체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공동체로서 혼인을 통한 가족의 구성을 명문화해 보호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헌법은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혼인에 있어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은 남녀의 혼인에는 양자가 평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헌법에는 혼인의 순결을 규정해 일부일처제를 요구함으로써 축첩제도나 중혼을 금지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다가 1980년 헌법부터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규정함으로써 평등에 앞서 개인의 존엄이 먼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혼인에 있어서 개인의 존엄은 혼인에 있어서 개인의 자유로운 결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혼인의 자유는 혼인할 것인지, 배우자의 선택, 혼인 시기의 결정에 있어서 개인의 의사가 가장 존중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 헌법 규정에 따라 혼인퇴직제는 금지되며, 배우자의 선택에 있어서 개인의 자기결정권이 우선 보장돼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혼인에 관해서는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는 것이며 배우자의 선택은 개인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 한다고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다.

혼인의 자유는 개인의 존엄을 기초로 하면서 양성의 평등 속에서 보장된다. 그래서 민법은 혼인취소의 사유에 중혼을 규정해 일부일처제를 보호하고 있다. 헌법은 혼인을 통해 가족이 구성되며 발전하기 때문에 혼인과 가족을 하나의 묶음으로 규정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하고 있는 기본권이라는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는 양성평등이란 표현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동성 사이의 혼인에 대해 여러 국가에서 이를 인정함으로써 남녀 간의 혼인만을 인정하던 전통적인 관념에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동성 간의 혼인에 대한 논란은 헌법이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양성평등을 명문으로 언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성 간의 혼인은 인정될 수 없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혼인을 통한 가족의 형성은 자녀의 출산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면 혼인은 양성 간의 혼인만 인정돼야 한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가족생활을 남녀 간의 혼인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는지는 논의가 필요하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고 있는 사회변화의 관점에서 볼 때 가족에 대한 개념이 시대상황에 따라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헌법이 혼인과 가족생활을 하나의 묶음으로 해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출처- 천지일보 2020. 3.12[칼럼]
<원문>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717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