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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태평양함대와 한국의 안보 - 김경민
	2004-05-31
美 태평양함대와 한국의 안보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를 대비한 미국 태평양군은 총 병력 30만명으로 제7함대와 제3함대가 중핵을 이루고 있다. 지도를 펼쳐 보면 태평양군이 담당하는 영역은 미국 서해안으로부터 대양주 일본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를 거쳐 서쪽으로는 인도양까지, 남북으로는 북극해와 남극해까지로 그 면적이 지구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이다. 여기에는 43개국이 모여 있고 세계 인구의 60%가 집중될 만큼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미 태평양군은 동경 160도를 경계선으로 하여 제7함대가 한반도를 포함한 서태평양·인도양을 담당하고 제3함대는 미 본토의 동쪽 태평양을 담당하며 7함대와는 달리 함정의 훈련과 수리, 그리고 병참을 주로 담당한다. 유사시 한반도를 방어하는 7함대는 3함대와는 달리 미 해군 최대 규모의 전방전개함대(前方展開艦隊)로 군림해 오며 태평양 지역의 전쟁억지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키티호크와 니미츠 2척의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각 5척씩의 이지스함과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을 비롯한 약 50척의 함정, 그리고 슈퍼 호넷 전투기 등 200여기의 항공기로 막강한 화력을 자랑한다. 태평양사령부가 보는 한반도의 군사 대결 평가는 이렇다. 휴전선으로부터 서울까지 약 40km, 평양까지는 170km로 남북이 지리적으로 너무 밀착돼 있고 한국군이 전력 면에서 지난 50여년간 크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미국의 공군력에 크게 의존해야만 한다. 첩보위성과 관측 레이더, 그리고 한 번 비행에 13억원 가량 드는 U2기 정찰기에 의한 정보 획득은 미국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고 ‘서울 불바다론’의 주역인 북한의 장사정포를 섬멸할 수 있는 능력은 미 공군에 크게 의존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생화학무기도 아직은 한국 혼자 대응할 수 없다.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미군의 개입이 최고조에 달할 때 미 해군력의 40%, 공군력의 50%, 해병대의 70%가 투입되는 것으로 미국의 대(對) 한국 방어전략이 세워져 있다. 그 누가 대적하지 못할 정도의 군사력으로 무장한 미 태평양군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전쟁 억지 역할을 충분히 잘 수행해 왔고, 중국과 일본의 세력 다툼도 견제하는 기능을 담당하여 경제 번영의 환경을 조성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한·미 관계가 말 없는 다수 국민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충분한 국민적 논의 없이, 속수무책으로 균열 조짐을 보이는 것 같아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다. 무언가 꺼림칙한 것은 미국이 이라크의 저항 세력 때문에 곤경에 빠져 있는 마당에 한국군의 파병이 늦어지자 불만의 표시로 이렇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이다. 이렇게 불편한 한·미관계가 지속돼 추가 철군이 이어지고 한국은 더 이상 미국의 제1급 동맹국가가 아닌 존재로 자리매김되는 건 아닌가 하는 의혹이 고개를 든다.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 일각에서 반미 감정이 상존하는 것은 사실이나 주한 미군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의 버팀목이 된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한다. 만약 국민 다수가 주한 미군의 공고한 주둔을 원하고 내용적으로도 일본과 미국처럼 더욱 긴밀한 군사동맹 관계로 가길 원한다면 이 문제는 국민적 논의에 부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여 우리의 안보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이 더욱 확고한 한·미관계와 군사동맹을 원한다면 그에 따른 일련의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겠고 만약 현재의 한·미관계가 불편해진 게 사실이라면 하루빨리 오해와 불신을 벗고 더욱 탄탄한 한·미관계를 복원시키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며 ‘안보는 미국과 함께’라는 선택을 한 과정들을 눈여겨 살펴봐야 한다. 김경민 (한양대 국제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5. 3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