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대한 겹규제, 누구를 위한 상생법인가

중소벤처기업부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개정안을 지난해 7월 발의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하도급 거래에 대한 중복된 규제기관으로 그 역할을 확대하고자 하고 있다. 중기부의 규제권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상생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개정안에는 위탁기업(대기업)의 기술 유용 행위와 관련해 입증 책임을 전환시키는 내용과 중기부의 처벌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그 필요성으로는 현행 하도급법만 가지고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유용하는 행위를 차단할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기술 유용 행위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대기업에 부담시켜 중소기업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다. 둘째, 상생법에서도 기술 유용 행위에 대한 3배 징벌배상 규정을 신설해 사소(私訴)가 가능하도록 하고, 비밀유지협약 위반에 대해서는 중기부가 직접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거래 당사자의 분쟁조정 요청 없이도 중기부가 직권으로 기술 유용 여부에 대해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시정권고 내지는 명령,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이 개정안은 공정위가 하지 못하는 일을 중기부가 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 그러나 면밀히 검토해 보면 법리상 많은 문제점이 있다. 그중에서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여지가 매우 크다.

우선 상생법 개정안은 입법 목적이 정당하지 못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여지가 크다. 상생법 제1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이는 상생법이 상호 간 협력을 조정하는 법이지, 하도급법처럼 `공정한 하도급 거래 질서 확립`에 목적을 둔 규제법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상생법 개정안은 규제 방법 이 적절치 못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여지가 크다. 현행법상 공정위는 하도급법을 통해 대기업의 기술 유용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하도급법 자체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수급사업자를 보호하고 있어서 형평의 법리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여기에 중기부까지 기술 유용 행위에 대해 규제하면 과잉 규제는 물론이고 중복 규제에 해당할 여지가 매우 크다.

기술 유용 행위에 대한 입증 책임을 대기업에 전가하는 것 역시 위헌의 여지가 크다. 사법(私法)의 대원칙상 이익을 얻고자 하는 자가 상대방의 위법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법률로 입증 책임을 전환시킬 수 있는 예외가 인정된다. 그러나 공법(公法) 분야에서는 무조건적으로 권력기관이 위법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국민 모두가 유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안대로 상생법이 개정될 경우 중기부가 기술 유용 행위를 했다고 직권으로 조사하기만 하면 위탁기업(대기업)은 형벌은 물론이고 행정벌, 거기에 추가로 3배 징벌배상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법을 핑계로 대기업들은 자유롭게 외국 기업들과 위탁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높다. 즉 중기부의 권한 확대로 얻는 공익보다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함께 부담해야 할 사익(私益) 상실이 더 클 수 있다.

전삼현 (숭실대교수·법학)
출처- 매일경제 2020. 2.13[칼럼]
<원문>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2/147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