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한미동맹의 현주소 - 정진영
	2004-05-21
	C:\Users\대우LIB-01\Desktop\[자료집]헌법개정.pdf
한미동맹의 현주소 주한미군의 일부를 이라크로 차출하기로 했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이 온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나라의 안보와 직결된 이 중대한 소식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다. 미국이 동두천 일대에 주둔하고 있는 미 제2사단 2여단 병력 3600명을 이라크로 이동시키기로 결정했고 우리 정부가 이에 동의했으며, 이것이 미국의 ‘해외 방위력 배치 재검토(GPR)’의 일환이라는 점과 이라크 상황의 악화에 따른 갑작스러운 결정이라는 정도가 우리가 아는 것의 전부다. 정부는 주한미군 차출이 한반도 주변에 대한 미국의 전투력 증강으로 보완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안보 상황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는 말로 국민을 안심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주한미군과 한미 관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 이것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의구심과 우려하는 마음을 뿌리칠 수가 없다. 첫째, 이라크로 차출된 미군이 한국으로 돌아올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다. 이에 대한 미국과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답변은 그때 가봐야 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번 차출이 GPR의 일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라크로 차출된 미군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주한미군의 추가 차출 또는 감축을 예상할 수도 있다. 둘째, 한미 간 불편한 관계와 주한미군의 급작스러운 이라크 차출의 관련성 여부이다. 정부는 이 같은 가능성을 강력히 부정하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한미 관계를 해친다고까지 말한다.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축은 GPR의 일환이지 한미 관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 의구심을 가진 국민들도 많다. 셋째,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과 한국군 이라크 파병의 연관성 문제이다.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두 사안은 별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라크 파병 결정을 철회하더라도 주한미군의 추가 차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인가. 이것도 믿기 어려운 설명이다.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고 안보 불안을 우려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무엇보다 우리의 안보에 매우 위협적인 북핵 위기가 발생한 가운데 주한미군의 재배치, 감군 또는 철군이 이야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권과 그 지지세력이 종종 보여주는 국가안보에 대한 안이한 생각도 우려된다. 북한을 군사적 위협 요인이라기보다는 지원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미군의 주둔에 따른 이점보다 폐해를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 여당 의원의 다수가 미국보다 중국을 중시하는 대외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진보세력임을 자부하는 사람들은 북한보다 미국이 한반도 안정의 위협 요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말로는 자주국방을 이야기하면서도 행동으로는 그러한 노력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점도 불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주한미군이 미국의 일방적인 계획에 따라 감군 또는 철군하려 할 때 나가려면 나가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주한미군을 조정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미군 감축을 반대하면서 감군에 대한 미국의 보상을 요구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한미 관계를 우려하고 안보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을 오히려 수구보수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의 안보 우려와 대미의존 의식을 비판하기에 앞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지 말아야 한다. 정진영 (경희대 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4. 5. 2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