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脫한국 주범도 反기업 정책이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5일까지 20거래일 연속 순매도해 코스피에서만 5조 원가량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코스피 지수도 2000대로 주저앉았다. 2007년 7월에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2000선을 넘었으니 증시는 12년 전으로 돌아갔다. 같은 기간에 다우지수가 2배 오른 미국과 비교하면 허탈하다. 해외투자 펀드에는 이달 들어서만 2조5000여억 원이 늘어나 국내시장에 실망한 국내 투자자도 해외로 자금을 돌렸다.

한국 투자 기피는 증권시장만이 아니다. 외국인의 한국 직접투자도 크게 줄어 지난해에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올해 2분기까지 급격히 감소했다. 반면에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확대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발표를 보면 올해 2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은 150억 달러가 넘어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0년 이래 가장 큰 규모로 5개 분기 연속 늘었다. 국내 설비투자는 5개 분기 연속 줄어들었다. 중소기업은 평균임금이 낮아 대기업보다 최저임금 상승의 타격을 더 받아 해외투자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 이대로면 유턴도 없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투자 경험이 있는 국내기업 대상 설문 조사에서도 79%가 돌아올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자금이 해외로 빠지는 이유는 직설적이다. 기업 경영 환경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 등 세금 부담이 작고 규제 장벽도 낮으며 각종 투자 혜택을 주는 싱가포르에 투자액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게 그 방증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건비는 급증하고 생산성은 떨어졌다.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높은 법인세 최고세율과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증여세, 각종 세제 지원 축소, 신산업 관련 각종 법령과 규제에다 기업인을 옥죄는 법령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강성 노조와 친노동 정책으로 산업 재편에 따른 고강도 구조조정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신(新)사업이나 연구·개발(R&D) 분야 등 근로 장소와 시간, 사업 방식이 바뀌었는데도 노동법과 제도는 아직도 노동집약적 제조업 중심 시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은 지난해보다 10.2% 줄어들었다. 연간 무역액 1조 달러는 겨우 달성할 듯하나, 지난 2011년에 처음 무역 규모 1조 달러 돌파했으니 아직도 8년 전에 머물러 있다. 3분기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째 연속 떨어지며 전년 동기 대비 20년 만에 가장 큰 1.6%나 하락해 저성장·저물가 전조인지 불안하다. 정부는 현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시장의 소리 없는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현 정권의 태도가 가장 위협적이다. 현실을 외면한 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홍보에만 몰두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유리해 보이는 통계가 나오면 치장하느라 분주하다. 올해 3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소득이 7개 분기 만에 처음 늘어나자 소득주도 성장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허풍이다. 자영업자 소득이 역대 최대로 줄어들며 중위계층에서 하위계층으로 떨어졌고, 근로소득은 크게 줄었으나 기초연금이나 근로장려금 같은 일시적 지원 확대로 이전소득이 많이 늘어난 착시효과에 불과할 뿐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포기하고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와 해외 투자자금 유턴을 위한 경영 환경 개선에 전념하는 경제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기적을 상상해 본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출처- 문화일보 2019. 12.6[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1206010739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