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 실패 더 키울 ‘적자국채 추경’

소득이 늘어나면 근로자들의 구매력이 증가해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 정부가 주장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이다. 소득을 늘리기 위해 2년 사이에 최저임금 수준을 거의 30% 가까이 올려 버렸다. 그 결과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많은 영세사업자는 사업을 접게 됐다. 안타까운 것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결과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계층인 영세자영업자와 최저임금근로자들에게 고통을 주게 됐고 서로 간의 갈등만 부추기게 됐다. 여기에 해당하는 영세사업자나 근로자를 국가가 모두 세금으로 부양해야만 할 것이다. 반면에 사업 형편상 최저임금 수준보다 낮은 급여를 줄 수밖에 없는 경우 그 수준에서라도 일하기를 원하는 근로자를 허용한다고 하자. 그럴 경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에 부족한 부분을 정부가 적절히 지원한다고 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다양한 일자리가 생기게 되고 정부부담은 줄어 국민의 세금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최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1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의 ‘소득분위별 소득 및 비소비지출’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1인 가구를 포함한 우리나라 가구를 소득순위로 10개 그룹으로 구분한 뒤 월평균 소득증가율을 계산해보니 하위그룹의 소득은 감소하고 상위그룹의 소득은 증가해 오히려 소득 양극화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에 소득의 양극화뿐 아니라 부동산가격도 양극화가 심해졌다. 그리고 일자리도 세금으로 만드는 단기일자리는 늘었지만, 실제 민간에서 만들어지는 양질의 일자리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친 규제로 인해 기업활동도 크게 위축되고 말았다. 현재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수정하지 않고 이대로 계속 간다면 박정희 대통령 이래 역대 대통령별 재임 기간 중 평균 경제성장률이 전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최초의 정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에다가 지나친 친노조정책과 반기업정책까지 더해져 소위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성장과 분배, 그리고 일자리 창출 등 모든 면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드러났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재정으로 메우려고 하는 만큼 정부재정의 건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3조 원 넘는 적자 국채를 발행해 6조 원 가까운 추가경정예산도 퍼붓는다. 시중에 벌써 ‘소주성’(소득주도성장) 대신 ‘재주성’(재정주도성장)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재정 악화뿐 아니라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들의 부채 증가, 공무원·군인연금충당금 부채 증가를 포함한 광의의 국가부채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우리의 후손세대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요인뿐 아니라 해외로부터의 충격도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 한·일 간의 무역분쟁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수출과 수입을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무역의존도가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83%로 중국 38%, 미국 27%(2017년), 일본 35%(2017년)에 비해 현저히 높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7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나 감소했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주변 국가들의 신뢰를 상실하고 고립되면 국제사회에서 생존할 수가 없다. 그런 관점에서 먼저 전통적으로 우방 국가인 미국과 일본과의 외교 관계부터 우호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출처- 문화일보 2019. 8.2[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802010739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