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사회적 고립’ 방치 말아야

2분33초, 그리고 3시간45분. 베트남 아내에 대한 폭행이 담긴 동영상의 분량과 폭행한 남편에 대한 법원의 구속 결정에 걸린 시간이다. 짧은 동영상이지만 사회에 주는 충격은 엄청났고, 그만큼 법원의 구속 판단도 단시간에 이뤄졌다. 정치권도 여야 할 것 없이 폭행 남편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가정폭력법을 개정하겠다는 약속을 내놓고 있다.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이 논란거리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 간 혼인은 연평균 약 2만 쌍에 이르고, 2018년 국내 다문화 가정은 30만 가구를 넘어섰다. 내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 건수가 늘어가는 이상으로, 결혼 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을 당하는 일도 많았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18년 한 해에만 가정폭력 신고가 24만여 건에 이르고, 특히 이주여성 등 취약한 위치의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이 상당함을 확인시켜 준다. 여성가족부가 5곳에 이주여성인권센터를 두고 폭력 피해 이주여성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결혼 이주민의 안정적 체류 보장을 위한 실태 조사’는 우리나라에 사는 결혼 이주여성 중 42%가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부부 간의 폭력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과제가 됐고, 나아가 국가 간의 이슈가 됐음을 나타낸다. 특히, 이번 사건이 민간 차원의 교류가 확대되고 스포츠를 통해 우의가 확산되고 있는 베트남 출신이기에 더 많은 관심과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분노가 폭발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기사가 이어지고 있고, 때마침 방한 중인 베트남 공안부 장관에게 경찰청장이 유감을 표명하고 엄정한 수사를 약속하기까지 했다. 축구 감독인 개인 박항서 씨가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관계를 드높일 수 있었던 것과 반대로, 한 사람의 가정폭력이 나라 간의 우의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도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 된 것이다.

결혼 이주여성들은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한 고충을 겪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을 때부터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 보증이 유효해야만 체류할 수 있고, 체류 연장이나 한국 국적을 취득할 때에도 남편의 신원 보증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한국인 배우자의 절대적인 권한이 폭행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 문제다. 그런 배경에서 폭력 피해를 당한 이주여성이 상담소를 찾거나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다.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이주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 그들을 또 한 번 울게 만든다.

가해자 엄벌이나 재범 방지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이주여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과 그들의 아이는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렇기에 이주여성과 그 아이들의 인권을 지적하고 사회적 이성에 호소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사건이 생기고 논란이 있을 때마다 쏟아지기만 하는 가정폭력 관련 법안이 실제로 입법으로 이어져야 한다. 종속적 관계의 기반인 한국인 남편의 법적 권한이 합리적인 동반자 관계로 바뀔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 사건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실천적인 인권 보호와 사회적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
출처-문화일보 2019. 7.10[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710010739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