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의 남용이 기업을 죽인다

좋은 의도라도 특정 세력의 폭거를 용인하면 정의롭지 못한 세상이 된다. 계란으로 협박한 사람은 구속 수사하고 경찰을 폭행한 사람들은 불구속 수사하는 행태는 공권력의 폭거다. 수사 과정에서 관련 인사를 과도하게 구속하는 행위도 정의롭지 못하다. 수사 내용을 공표하는 행위도 공권력의 남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보면 과연 공권력이 정당하게 행사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우선 검찰수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수사의 시작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위반 문제였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018년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매수청구권에 관한 내용을 공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금 검찰은 무엇을 수사하는지 국민은 혼란스럽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2015년 합병문제와 관련이 있으니 합병 당시 그룹의 윗선 지시나 관여 정황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어떤 사람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는데 아무런 근거도 없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상속세법 위반을 수사받는 형국이다.

사건의 진행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이해의 첫걸음이다. 2011년 4월 22일 제일모직이 지분 46%를 보유한 구조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한다. 2012년 2월 28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시 자회사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91.2% 보유하고 나머지는 美바이오젠이 보유하기로 한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콜옵션(50%-1주) 및 이사회 5:5 구성의 합작 조건이다. 콜옵션은 조건부 계약으로 조건이 만족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계약이다. 예컨대 아버지가 아들에게 대학에 입학하면 내 재산을 전부 주겠다는 조건부 증여계약을 맺었다고 하자.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아버지가 아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것으로 대학에 입학 전까지는 아버지의 재산에는 변동이 없다.

콜옵션은 자회사가 성공하여 많은 돈을 벌게 되면 미국 바이오젠에게 주식을 주고, 이사회를 동수로 구성하여 경영권을 완전히 분점하는 약속이다. 콜옵션 조건이 성립하지 않은 때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였고, 콜옵션 조건이 성립한 이후에는 삼성바오로직스의 관계회사가 된다. 명백한 사실이다. 마치 조건부 증여에서 조건이 성립하지 않은 때에는 아버지 재산이고 조건이 성립한 이후에만 아들 재산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이 콜옵션 행사 조건은 2015년에 달성된다. 조건이 달성된 후 2016년 상장 전인 2015년 회계에서 최초로 공식적으로 밝혔다. 상장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시를 하지 않았다고 누가 불이익을 당하는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입장에서는 투자로 미래에 큰돈을 벌게 되면 그 성과를 나누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 이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계약이다. 계약의 의미가 생긴 이후에는 공시되었기 때문에 공시 위반인지도 불분명하다. 더욱이 거래소에 상장도 되기 전의 일이다. 이러한 회계처리가 2015년 9월 1일에 성사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도 관련이 없다. 합병과 관련이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근거가 미흡하다.

관계 당국의 결정도 이해하기 어렵다. 2018년 5월 1일 금융감독원은 2015년 지분법으로 회계 처리한 것을 문제 삼았다. 증권선물위원회에서는 2015년 지분법으로 처리한 것은 맞고 2012년부터 지분법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의 주장으로 증권선물위원회는 2018년 7월 12일 공시위반으로 고발했다. 그리고 다시 금융감독원의 요청으로 2018년 11월 14일 증권선물위원회는 분식회계로 결론을 내리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같은 금융감독 당국의 오락가락한 행태를 보면 답은 이미 정해진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답을 정해 놓고 결정을 했으니 논리적으로도 모순된다. 검찰에 고발한 근거도 없다고 판단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옳고 증권선물위원회의 판단이 틀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행정소송을 통해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은 당연한 조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성도 없는 검찰이 고발된 내용도 아닌 범위의 수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이라면 권한 남용이다. 행정소송에서 증권선물위원회가 유리한 고지를 갖기 위해 검찰의 수사권이 이용돼서도 안 된다. 전문적으로 다투면 될 일이다. 행정소송 과정에서 재판부가 상장 폐지 절차를 중지한 것도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이 국민에게 당장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 내용이 공표되면서 행정소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권의 의지가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나타나고 이것이 재판부에 영향을 준다면 더 큰 문제다. 증거 인멸 등의 별건으로 구속기소가 진행되고 있다. 권력이 얼마든지 기업을 풍비박산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현재 검찰의 행동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당국은 수사 기법으로 동원하는 조치들이 얼마나 국민의 재산권과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지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

국가 권력의 경영 개입은 위헌이다. 십여 차례의 압수수색을 받은 경영자가 사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또 다시 압수수색을 통해 본질과는 관련 없는 내용을 공포하고 범죄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국민의 권리를 짓밟는 권력은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교수)
출처-브릿지경제 2019. 7.1[칼럼]
<원문>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19070101000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