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 증거 수집’違法 악습 끊어야

최근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사건에서 담당 재판부는 관련성이 없는 별건 압수수색 증거물은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 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했을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렇게 재판부가 별건 압수수색 증거물의 증명력을 부정함으로써 검찰의 수사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런 검찰 수사와 유사한 모습은 행정부의 감찰에서도 보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십여 차례나 공무원의 휴대전화 등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해 감찰했다고 한다. 이렇게 행정기관이 당사자의 동의라는 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공무원의 휴대전화를 감찰하고 수사에 폭넓게 활용하는 경우 재판에서는 위법(違法) 수집 증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즉, 행정조사의 목적으로 공무원의 휴대전화를 임의동의로 제출받는다고 해도 형사소추로 이어진다면 원칙적으로 영장주의가 적용돼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별건 압수수색 증거물의 위법성 문제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별건체포·구속 문제와도 관련된다. 형사 피의자의 중대한 혐의의 증거 확보가 미진해 우선 다른 경미한 사건의 증거를 확보해 구속하는 경우 별건구속의 문제가 야기된다. 이 별건구속은 직접적인 혐의에 대한 법관의 사전 심사를 회피해 영장주의를 위배하고, 본 사건에 대한 구속 이유를 고지하지 않기 때문에 헌법상 구속 이유 고지는 물론 적법절차 원칙도 위배한다.

헌법은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공권력의 행사에 대해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를 채택해 통제하고 있다. 또한, 헌법에 근거한 형사소송법은 피의자나 피고인의 절차적 기본권을 구체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구속수사·재판은 헌법상 신체의 자유와 무죄추정 원칙으로 나오는 불구속수사 원칙에 대한 예외다. 특히 구속수사·재판은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잉금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에서는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경우 및 도망이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구속할 수 있다고 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형사사건에서 불구속수사와 불구속재판이 원칙이다. 그런데 형사실무에서 형사사법기관은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우려 때문에 구속수사·재판을 선호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본건에 대한 구속수사를 위해 별건구속이 남용되기도 한다. 특히, 이번 권 의원 재판처럼 별건으로 압수수색된 증거물이 재판에 제출되기도 한다. 이런 위법을 방지하기 위해 2007년에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를 신설해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위법수집증거배제 원칙을 명문화했다.

그동안 검찰은 중요한 사건에서 종종 포괄적인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로 공소를 제기함으로써 표적 수사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다. 범죄 혐의와 관계 없는 증거의 수집은 위법이다. 이번 정부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나 위법적인 공권력 행사 등을 적폐로 규정하고 이의 청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감찰이라는 명목으로 한 공무원의 휴대전화 조사는 당사자의 동의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위법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서 위헌(違憲)의 소지가 있다. 과거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고 하면서 또 다른 적폐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김상겸(동국대 법학과 교수)
출처-문화일보 2019. 6.27[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627010735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