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포` 떼면 누가 인터넷전문은행 하나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모두가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유는 토스뱅크의 경우 재무건전성에 대한 신뢰성 부족이었고 키움뱅크의 경우에는 혁신성에 대한 신뢰부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사업이든 제3자로부터 혁신성과 재무건전성 모두에 대한 신뢰를 얻어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은 고객들이 예탁한 거액의 돈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안전성은 물론이고 혁신성과 재무건전성에 대한 신뢰가 확보돼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 모든 요소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사업자의 수가 매우 제한된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의 엄격한 설립인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오랜 기간에 걸쳐 시장에서 신뢰를 쌓아온 사업자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인가의 요건으로 안전성, 혁신성, 재무건전성 외에도 추가로 대주주 개인의 적격성도 심사요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현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기준 완화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인터넷전문은행법)'을 대표 발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이유는 최다 출자자 개인의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 여부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은 과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상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조세범 처벌법 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을 것'이라는 요건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이는 안전성과 혁신성, 재정건전성 모두를 충족한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도 2년마다 실시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때문에 인가가 취소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인가 예비심사에 이미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대규모 ICT사업자가 참여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예로 국내 최대 포털사인 네이버가 올해 안으로 일본·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만 인터넷은행 영업을 할 예정이면서도 국내에서는 예비심사조차 신청하지 않은 것을 들 수 있다.

이미 세계는 ICT 중심의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는 지난 해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6개 기업이 ICT 기반 플랫폼 사업자들인 점을 보더라도 분명하다. 특히, 핀테크 분야는 중국을 필두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어서 자칫하면 우리 시장이 중국에 잠식당할 우려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아직 희망을 버리기에는 이른 듯하다.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가 출범한지 2년 밖에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금융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성장한 것이 그 이유다. 이는 우리 시장에서도 세계적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법제도만 개선되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우리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은 경제규모에 비해 매우 낙후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주된 원인으로는 정부가 허락하는 것만 할 수 있다는 포지티브형 규제때문이라는 지적들이 많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나 미국처럼 신산업, 즉 핀테크 산업에 대해서는 특히 문제가 되는 것만 빼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네거티브형 규제제도로 바꿔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사람보다는 기술력에 초점을 두어 자격 여부를 판단하는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우리 현행 법제도상 양벌규정 때문에 벌금이라는 형벌로부터 자유로운 최다 출자자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전삼현(숭실대 법학과 교수)
출처-디지털타임스 2019. 6.11[칼럼]
<원문>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9061202102369061001&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