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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년만에‘진보’복원된 국회 - 김일영
	2004-04-26
56년만에‘진보’복원된 국회 우리·민노당, 50~60명 선 … 변한 환경서의 새 선택 주목 17대 총선 결과를 바라보면서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을 실감한다. 이번 총선은 국회의 경쟁 구도를 56년 전 제헌국회 상태로 되돌려 놓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4·19혁명 이후에 치러진 1960년 7·29 총선에 비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당시 선거에서 7명의 혁신계 의원이 국회로 진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원 내에서 그들의 역할은 미미했다. 보수 세력인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로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줌도 안 되는 혁신계가 일할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었다. 이에 비해 1948년 8월부터 1950년 6월까지의 제헌국회에서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소장파 세력이 총 200여석 중 40~50석을 점해 원 내 경쟁 구도의 한 축을 이루면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이들은 원 내에서 남북협상을 통한 평화통일을 주장했고, 그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외국군 철수 결의안을 제출했으며, 친일파 처벌을 위한 반민특위 활동을 주도했다. 이들의 이러한 활동은 원 외의 김구나 김규식 계열과 맥을 같이 하는 노선이었다. 이들은 당시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쟁점인 농지 분배와 귀속 재산 불하를 둘러싼 법안을 만들 때에도 근로대중, 즉 농민과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상대적으로 대변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들은 1949년 중반에 터진 국회 프락치 사건으로 잠시 활동이 위축되었다가 1950년 5월 30일 치러진 제2대 총선에서 다시 부상한다. 조소앙·원세훈·안재홍·장건상·여운홍 등 10여명의 중도파 의원을 필두로 대략 50~60명이 이승만 계열이나 한민당(정확히는 민국당) 계열과 성향이 구분되는 무소속 의원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터진 한국 전쟁 때문에 꿈을 펼치지도 못한 채 힘을 잃고 말았다. 좌우대립이 전쟁으로까지 비화된 상황에서 중간파에게 허용될 수 있는 입지는 거의 없었다. 더구나 전쟁 중에 지도급 인물의 대다수가 납북됨으로써 이들은 선장을 잃고 표류하고 말았다. 이후 한국 국회에서 개별적인 차원에서는 극소수의 진보적인 의원이 있었지만, 조직적인 차원에서의 진보 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번 17대 총선의 역사적 의미는 1950년 이후 단절되었던 조직적 차원에서의 진보 세력을 다시 국회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진보 세력에는 민노당뿐 아니라 열린우리당 내의 진보적인 그룹을 넣어서 생각해야 한다. 열린우리당 당선자 중에는 재야 및 학생 운동권 출신과 개혁당 출신을 합쳐서 대략 40~50명의 진보적인 인물들이 있다. 이들과 민노당 당선자 10명을 합치면 원 내의 진보적인 의원은 50~60명 선이 된다. 물론 이들이 과연 숫자에 걸맞은 위력을 발휘할지는 열린우리당 내의 진보적 당선자들이 얼마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와 민노당·열린우리당의 공조가 어느 정도 잘 이루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어쨌든 사안별로라도 이들 간에 공조가 이루어진다면, 국회는 56년 전 이승만, 한민당(민국당), 소장파 무소속 집단이 보여주었던 이념적인 정립(鼎立)형 경쟁 구도를 복원하게 된다. 세상은 많이 변했는데, 우리 정치는 56년 전으로 회귀했다. 그럴 만한 이유도 없지 않다. 당시 문제시되던 통일, 외국군 주둔, 분배 등의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조건은 그 사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특히 과거와 같은 이념 대결의 의미가 퇴색된 지금 새로 국회로 진입하는 진보 세력이 정립적 경쟁 구도를 어떻게 끌어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일영 (성균관대 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04. 4. 2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