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상 ‘노딜’과 한국의 돌파구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있은 미국과 중국 간 통상 협상이 ‘노딜’로 끝났다. 법률 아닌 시행령으로 합의 내용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의 중국 측 협상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속 위반을 거론하면서 관세 인상을 전격적으로 지시했다. 미국의 2000억 달러 중국 수출품에 대한 25% 관세 인상에 맞서 중국도 오는 6월 1일부터 60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5∼25%로 올리기로 했다. 관심은 이후 상황이다. 3250억 달러에 대한 25% 관세가 추가될 것임을 고려하면 중국도 신중하게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중국의 약속 이행을 언제든지 검증하고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부과된 관세를 즉시 철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약속 이행이 부진하면 추가 관세를 부과해도 중국은 이의를 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다. 중국 지도부는 이러한 내용으로 협상을 타결해 봐야 미국이 언제든 또 다른 관세 폭탄을 던질 수 있음을 고민했을 것이다.

국내 정치적 수사일 수 있으나 중국은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언급해 왔다. 이런 차원에서 미국이 중국의 합의 사항 이행 담보를 확실하게 요구한다면 미국도 현재 부과하고 있는 관세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중국은 주장한다. 또, 유사한 사안을 이유로 중국 수출품에 대한 또 다른 무역 제재를 하지 않을 것이란 약속이 있어야 대등한 합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타결했음에도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 무역 제재 대상국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았는가.

3250억 달러에 대한 추가적인 관세 인상이 예고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500억 달러와 이번 2000억 달러에 대한 25% 관세를 기정 사실화하고 이 구도에서 중국과 협상하려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자신을 ‘관세맨(Tariff Man)’으로 내세울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협상의 수단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이 점에서 보면 중국의 대응과 무관하게 트럼프 대통령은 3250억 달러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미·중 통상 마찰의 최대 피해국은 한국이 될 것임을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경고하고 있다. 지난주 한국무역협회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7%를 차지하는 미·중 통상 마찰로 대중(對中) 수출이 1조 원 줄어들고, 국내총생산(GDP)도 0.14% 낮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중국을 통한 우리의 대미 수출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지만, 앞으로 중국과의 생산네트워크가 약해지면 우리나라 제조업 기반이 흔들리게 되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확산될 수 있음을 고려하면 실제 영향은 훨씬 더 클 수 있다.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주가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코스피 종합주가는 4%나 빠졌고 월요일에도 1.38% 내렸다. 우리나라 증시가 세계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원론적 접근 외에 G2 국가 간 싸움에 마땅한 대응 방안을 찾기 어렵다. 유럽은 브렉시트로 내홍을 앓고 있어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가실 때까지는 관망하지 않을 수 없고,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중남미와 러시아는 미·중 통상 마찰이 격화되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나마 동남아와 인도는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점에서 보면 신(新)남방 정책은 시의 적절하나 내용과 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이 아쉽다.

정인교(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문화일보 2019. 5.15[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515010739110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