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산물 분쟁의 교훈 통상 이슈 대응력 키워야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분쟁이 ‘한국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폭발, 방사능 유출 이후 인근 수산물 안전성이 우려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50여개 국가가 일본 동북부 지역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 일본 내에서도 방사능 오염 우려가 제기됐기에 수입국 조치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던 일본은 2015년 유독 우리나라만을 상대로 세계무역기구(WTO)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에 관한 협정(SPS)’ 위반을 이유로 WTO 분쟁해결기구(DSB)에 제소했다.

WTO는 지난해 2월 22일 “우리나라의 수입규제 조치가 WTO SPS 협정에 위배된다”고 판정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WTO 상소기구에 곧장 상소했다. WTO에 제소된 분쟁은 1심 DSB 패널 판정과 2심인 상소기구로 구성된다. 지난 4월 11일 WTO 상소기구는 1심 결과를 뒤집고 우리나라 조치가 WTO SPS 협정과 합치하는 것으로 판정했다. WTO SPS 규범 위반 분쟁에서 1심에서 지고 2심 최종심에서 이긴 경우는 처음이다.

글로벌 무역이 늘어나면서 병해충, 오염물질 등이 식품, 음료, 사료 등에 포함돼 수입국에 유입될 수 있다. SPS 협정은 수입국이 이런 위험으로부터 인간, 동물, 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허용한다. 하지만 국민 안전을 위한 SPS 조치가 국제무역 제한 수단으로 변질되거나 남용될 소지가 있어 국제 기준에 맞게 실행하도록 규율한다.

1심 패널은 ‘비차별’과 ‘무역 제한성’ 금지 의무를 우리나라가 위반한 것으로 판정했다. 일본 동북부 주변 수역 수산물의 세슘 검출량이 일본과 한국의 허용치 이하인 것으로 조사된다는 점을 들었다. 우리나라의 수입금지 조치가 일본산 수산물을 차별했으며 결과적으로 과잉적인 수입 규제를 했다며 일본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세슘 검출치가 허용치 이하더라도 수산물이 안전한 것으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에 우리나라는 주목했다. 즉, 세슘 외에 현지 토양·물·공기 등이 방사능 유출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자료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본 측이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소기구에서 강조했다.

이번 수산물 분쟁 승소는 몇 가지 중요사항을 시사하고 있다. 첫째, 통상분쟁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 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라 통상분쟁이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분쟁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 통상당국은 국내외 통상 전문 변호사를 고용해 현지에서 시뮬레이션 등 만반의 대비를 했기에 승소할 수 있었다. 둘째, 국제통상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통상 분야 전문성 강화를 위해 통상 분야 직책은 보직 순환제 예외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 등 통상강국에서는 통상 업무를 20년 이상 담당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순환하는 시스템이라 전문성을 축적할 기회가 없다. 국제통상법 등 분야별 전문가를 차근차근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위험 농수산물 수입 관리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방사능 유출이나 병원균 발생 지역으로부터의 수입을 SPS 규정에 따라 차단하되, 수출국과의 통상외교적 대화를 통해 전반적인 대외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본이 더 강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국 대신 우리나라를 WTO에 제소한 점은 아쉽다.

마지막으로 수입품뿐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된 먹거리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 식품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농식품 생산관리, 유통체계도 서둘러 개선해야 할 때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매경이코노미 2019. 4.29[칼럼]
<원문>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19042818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