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災難 대응 시스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산불에 아주 취약하다. 전 국토의 64.1%가 산림이고, 이 중 40.5%가 침엽수림이기 때문이다. 무수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모든 산불을 예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강원도 고성군, 속초·강릉·동해시, 인제군 등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에 이른 이번 산불은 도내 과거 대형 산불들처럼 발생 시기가 4월이고, 강풍 속에 발생했다. 사망·부상 각 1명을 포함한 인명 피해와 일시대피를 제외한 대피 주민만 4600여 명에 이르고, 이재민이 1000명을 넘어서는 등 조사와 복구가 본격화하면서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초속 30m가 넘는 강풍에다 진화 헬기가 뜨기 어려운 야간에 발생한 이번 산불은 전국에서 19건이 동시에 발생해 진화에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산림청과 소방청 등 관계 당국의 신속한 대처와 일반 국민의 적극적인 합심으로 더 큰 피해를 막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아쉬운 대목도 있다. 재난(災難)방송 주관 방송사 KBS는 산림청이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린 오후 10시에도 정규 방송을 계속하다가 10시53분이 돼서야 ‘특보방송’을 했다. 속초시장은 제주도로 여행 갔다가 산불 진화 현장에 없어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외에 시스템상 문제도 없지 않다.
첫째, 소방공무원들의 국가직 전환이 시급하다. 이번 산불에 전국에서 소방차 870여 대, 소방관 3200여 명이 집결했다는 것은 자치단체 수준의 방재 능력으로는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아가 소방청의 기능 중 각 지자체의 역량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초광역 재난을 관리하는 일이 핵심 업무로 떠올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둘째, 현행 산불 대응 체계의 정비다. 이번처럼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우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수습본부, 통제단, 통합지휘소가 구성되고, 이와 동시에 ‘산림보호법’에 따라 현장통합지휘본부가 차려진다. 문제는, 이들의 권한이 중첩되며, 상황별로 무엇이 우선인지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또, 주무 기관별로 수습본부를 운영하기 때문에 지휘체계를 더욱 모호하게 한다. 따라서, 분산된 현장 지휘체계를 일원화하고 각 기구의 상대적 권한을 더 명확하게 해야 한다.

셋째, 산불 진화 관련 전문 인력과 장비의 확충이다. 현재 10개월 계약직으로 구성된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안정적으로 고용해 그들의 산불 진화 경험이 축적되도록 해야 한다. 또, 일출과 함께 출동해 일몰까지 진화하는 진화 헬기 조종사와 정비사를 더 확충해서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 산림청에서 1대 보유하고 있는 수리온 헬기 외에 야간 산불에도 제한적이나마 출동이 가능한 진화 헬기를 확충하고, 아울러 대형 진화 헬기를 신규로 확보하며, 30년이 넘는 노후 헬기는 순차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끝으로, 산불 복구 지원만큼 중요한 것이 산불의 발생 원인 조사다. 앞으로 최소한 동일 원인 및 유사 원인의 산불 발생을 최소화하려면, 이번 조사 결과가 한 점 의혹 없이 과학적으로 명백하고 타당하게 전 국민에게 제시돼야 한다.
산불재난은 예방이 최상의 대책이다. 따라서 예방을 위한 원인 분석을 철저히 함과 동시에 재난 발생 시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창원(한성대 교수·행정학 한국행정개혁학회장)
출처-문화일보 2019. 4.9[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409010731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