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兆 슈퍼예산 ‘정치 부양’用이다

정부가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도 예산 규모를 약 504조(兆) 원으로 잡았다. 올해 대비 7.3% 증가한 거대 규모다. 올해 예산도 전년 대비 9.5%로 늘어서, 슈퍼 예산으로 국민을 놀라게 했다. 경제성장률이 5% 미만인데도 이렇게 경제 규모에 비해 높게 예산을 편성하는 정책 의도는 분배 구조 개선과 경기 대응이다. 특히,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이 잘해야 2.5% 수준인데도 내년 예산을 500조 원 이상으로 잡은 것은 정부 지출 정책에 대한 지나친 기대에 집착한 결과일 것이다.

올해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국민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한다. 경제 파탄의 주된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철학인 소득주도 성장 정책 때문이다. 경제 활성화는 결국 경제 주체인 사업자와 기업인들의 일하려는 의욕을 살리느냐에 달려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노동조합들의 저돌적인 요구와 파업 등 고려할 때 기업은 절대로 잘 될 수가 없다. 사회 전반적으로 개별 경제인들에게 부는 찬바람이 결국 국가 경제를 퇴보하게 했다.

문 정부는 당면한 경제 어려움의 원인에 대한 진단을 다르게 내리는 듯하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선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가장 쉽게 생각하는 경제 활성화 방안이 케인스식 사고다. 즉, 재정 적자를 당연히 여기면서 정부 지출을 늘림으로써,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의 믿음이다. 정부 지출을 높임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가난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문 정부가 정부 지출을 확대함으로써 경기를 부양하려는 시도를 내년 재정운용계획에서 엿볼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는 국가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없다. 그러나 이보다 국가를 어렵게 만드는 정책은 예산을 확대해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방향이다.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는 결국은 국민의 세금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세금이 높으면, 경제 주체들은 일할 의욕이 사라진다. 정부는 예산 확대를 통해 내년 복지를 180조 원 수준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복지 확대는 국민의 감성에는 어필할지 모르지만, 결국은 경제 주체들이 더 일하려는 의욕을 잃어버리게 한다. 그래서 세금 확대를 통해 복지를 확대하려는 정책 방향은 두 가지 측면에서 경제를 퇴보하게 한다. 세금으로 더 일하려는 의욕을 빼앗아 버리고, 복지를 확대함으로써 스스로 삶을 책임지지 않고 국가에 의존하는 인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정부가 500조 원 이상으로 내년 예산을 확대한다고 해도, 결코 경기부양을 기대할 수 없다. 아마 슈퍼 예산은 처음부터 ‘경기 부양’이 아니고 ‘정치 부양’에 목적이 있다는 게 더 솔직할 것이다. 내년에 있을 총선에 대비한 예산 정책으로 보는 편이 훨씬 더 타당할 것이다. 예산 확대를 위한 필수조건인 재원 조달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경제가 기대고 있는 삼성전자의 법인세 부담이 전체 법인세의 20% 수준이지만, 삼성의 성과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국민 세금이 예상한 대로 거둬지지 않을 경우, 정부 예산의 급격한 확대는 세금 및 지출 두 측면에서 우리 경제를 더 어렵게 할 것이다.

국가 경제를 살리는 경제 정책을 새롭게 정립하지 않고, 무조건 정부 예산을 확대하려는 문 정부의 정치적 의도는 추경예산 필요론과 내년 예산 구조를 통해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예산 확대를 통해서는 결코 경기 부양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
출처-문화일보 2019. 3.28[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328010735110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