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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는 교만말고 통합 힘써라 - 박효종
	2004-04-16
	[자료집]대선포럼_안보분야.pdf
與는 교만말고 통합 힘써라 탄핵정국의 와중에서 대통령선거같이 치러진 이번 제17대 총선에서 여대야소의 국회가 출현했다. 1988년 소선거구제를 도입한 이후 처음이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명실공히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여당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번 총선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민주노동당의 괄목할 만한 약진이다. 원내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정당이면서도 그 동안 자력으로 축적한 역량이 대단함을 보여주었다. 제3당에서 일약 제1당이 된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이번 승리를 계기로 자축할 일이 많을 것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의 승리가 ‘반쪽 승리’였다면, 이번 총선의 승리는 그 완결편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하다. 또, 말만 여당이었을 뿐 거야(巨野)로부터 ‘핍박받는’ 여당으로서 포부 한번 펴보지 못했는데, 이 나라를 책임지는 막중한 권한을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겸손해야 할 이유는 분명히 있다. 자신의 정책과 공약으로 당당하게 표를 얻었다기보다는 탄핵역풍에서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측면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압승에 거품이 끼었다는 이야기다. 또, 지역구 의석수는 상당히 얻었지만 정당득표율은 과반에 미달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압승에는 통합의 정치, 상생의 정치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염원이 배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 공동체가 지역과 세대, 이념으로 갈라져 있음을 이번 총선은 일깨워주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갈등과 균열은 위기 상황이며, 세대간의 단절도 위험 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지역감정도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보다 정교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열린우리당은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치는 통합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대결로 나가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열린우리당이 압승에 들뜬 나머지 통합의 과제를 잃을 정도로 교만해지면 그리스신화의 시시포스처럼 산 위에 애써 바위를 올려 놓자 마자 그 순간 바위가 제 무게에 눌려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은 어떤가. 탄핵역풍의 정면에 서 있던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선전했다고 할 수 있다. 공개적 목표로 내세운 개헌저지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에 실망한 것도 사실이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과거 거대 야당 시절에 비하면 슬림화된 것은 틀림없으나, 유권자들이 변신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한나라당은 총선에 임하면서 박근혜 대표를 필두로 ‘돌아온 탕아’처럼 참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불명예스러운 ‘차떼기’정당에서 ‘천막’정당으로 변신을 꾀했고, 그것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거대 야당으로서의 책임을 유기한 사실에 대해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대한 매서운 회초리를 든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회초리를 거울삼아 한나라당은 여당과 싸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능력이 있음을 확실히 보여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원외 정당이었던 민노당이 국회에 화려한 입성을 했다는 사실은 우리 정치를 보다 다원화하는 활력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비례대표를 가늠하는 정당득표율에서 전국적으로 골고루 표를 얻었다는 것은 대중적 지지를 확보했음을 뜻한다. 민노당에 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메시지는 구태 정치와는 다른 정치를 보여 달라는 간절한 희구이며 소망일 터이다. 그것은 과거 독일 유권자들이 ‘그린정당’에 보인 지지와 다를 바 없다. 책임있는 의회 정당으로서 민노당이 앞으로 국정 현안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참패는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이번 선거가 양강 구도 아래서 치러졌다고는 하나, 추미애 선대위 위원장의 3보1배와 김종필 총재의 보수세력 결집 호소가 힘을 얻지 못한 데는 3김정치의 종식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은 분명하다. 비록 탄핵역풍의 와중에 나온 것이긴 하지만, 기존의 국회 주도 세력을 바꾸기로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 행태도 바뀌어야 하고 여야의 관계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유권자의 참뜻이다. 여대야소의 국회가 되고 민노당이 약진했다는 사실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 정치가 싸움판의 정치가 아니라 상생의 정치, 통합과 화해의 정치가 돼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박효종 (서울대 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04. 4. 1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