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유공자 정보의 재산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5.18 유공자에 대한 정보는 국민에게 공개돼야 하는가? 여러 관점에서 논쟁되고 있는 사회적 현안에 대해 재산권 관점에서 살펴보자. 5.18 유공자에 대한 정보의 재산권이 유공자 자신에게 있는지, 혹은 국민에게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같다. 유공자들에게 재산권이 있다면 이 정보의 공개는 개인 재산권의 침해이며, 이를 흔히 개인정보 침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만약 이 정보의 재산권이 국민에게 있다면, 공개하지 않을 경우에 국민의 알 권리 침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정보의 재산권이 어느 쪽에 있느냐에 따라, 한쪽에선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재산권 주체를 결정하는 평가원칙은 어느 쪽이 국가 전체의 공익이 큰가를 보는 것이다.

오래 전에 이와 유사한 사회적 논쟁이 있었다. 전교조 가입교사에 대한 정보 공개 여부 문제였다. 한 국회의원이 전교조 가입 교사정보 공개를 주장하며, 개인적으로 공개하는 용감함을 보였지만, 법원은 전교조 교사정보의 재산권이 교사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개인 정보보호 측면을 중요시 함으로써, 전교조 교사에 대한 정보공개를 막은 것이다.

법원의 판결은 종결 됐지만, 이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국민이 치러야 할 비용을 살펴보는 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자녀를 가진 학부모 입장에선 자녀의 학교교육을 선택할 자유가 있으며, 이때 가장 중요한 정보 중의 하나가 교사의 전교조 가입여부다. 이런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국민이 자녀를 위한 학교선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사회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5.18 유공자 정보공개를 평가할 때에 과거의 전교조 교사정보 공개에 대한 논쟁은 좋은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전교조 가입교사에 대한 정보는 그 과정에서 국민의 세금부담이 없었다. 교사가 자유롭게 전교조에 가입할 수 있으며, 가입했다고 해서 국민세금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교조 가입교사 정보에선 국민들의 직접적인 경제 부담이 없었다.

그러나 5.18 유공자에 대한 정보는 유공자에 선정되면, 국민의 세금부담이 반드시 뒤따른다. 만약 5.18 유공자가 되어도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뒤따르지 않으면, 개인의 정보보호라는 측면을 충분히 강조할 수 있다. 그러나 5.18 유공자로 선정되면, 국민들의 세금이 뒤따르므로, 그 정보는 이미 국민에게 재산권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유공자들의 개인정보 침해라는 논리로 공개거부를 주장할 수 있지만, 이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유공자들에게 귀속되는 손실은 무엇인지 실체가 없다. 유공자 제도는 과거에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위해서 현재 국민의 경제적 부담으로 그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유공자로 선정되는 것은 그 자체로 명예로운 훈장과 같은 것이다.

유공자 제도는 당사자에게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국가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로 한다. 즉 국가의 정체성 위기가 있을 때, 국민의 저항권을 자발적으로 유도하는 경제적 유인책으로 볼 수 있다. 유공자 제도는 과거의 유공자 행위에 대한 국가적 보상인 측면도 있지만, 사회 구성원으로 하여금 일종의 명예로운 저항을 유도하는 제도인 것이다.

결국 유공자라는 정보는 개인으로서도 명예로운 사실이면서, 국가 전체적으로 공유되고 우리 사회 구성원이 교훈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자산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유공자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야기되는 개인정보 침해라는 비용은 거의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오히려 제도 취지를 보면, 유공자 정보공개는 당사자에게도 사회적 명성을 주는 혜택으로 볼 수 있다.

지금도 지방 곳곳에는 6.25 참전용사라는 정보를 자랑스럽게 문패에 걸어둔 집을 볼 수 있다. 5.18 유공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 이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또한 국민세금으로 만들어진 경제적 혜택에 대해서도 국민은 그들의 세금이 누구에게 지급됐는지에 대한 정보를 가질 권리가 충분히 있다. 따라서 5.18 유공자 정보의 재산권은 국민에게 있으므로, 명단은 공개돼야 한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
출처-미디어펜 2019. 2.13[칼럼]
<원문>http://www.mediapen.com/news/view/413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