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브렉시트` 복병 글로벌 경제위기 공포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Brexit)가 영국 의회 사상 최대인 230표차(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부결됐다. 집권당인 보수당의 많은 의원과 노동당 등 대부분 야당 의원이 반대했다. 이 정도 참패라면 총리가 사퇴하고 총선으로 새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다음 날 치러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불신임안은 가까스로 부결됐다. 현재의 브렉시트 합의안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해결 전망이 희박한 브렉시트 정국을 책임지기보다는 EU와 협상을 해온 메이 총리에게 브렉시트 문제를 마무리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브렉시트 부결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메이 총리는 기존안의 수정안을 의미하는 ‘플랜B’를 마련하기로 했다. 핵심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혼란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인 ‘백스톱(backstop)’을 수정하는 것이다.

영국과 EU는 2020년 말을 브렉시트 이행 최종일로 합의하면서, 만약 이 기간까지 브렉시트가 마무리되지 않아 EU와의 관계 재설정 없이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이른바 ‘노딜 브렉시트’) 최소한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와 ‘관세동맹’ 상태를 유지한다고 했다. 이게 백스톱이다. 이 경우 영국 본토는 EU를 탈퇴했지만 북아일랜드는 EU 체제가 적용되고 영국은 그동안 문제 삼았던 EU 분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메이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는 재앙이고, 자신이 나서서 EU 탈퇴를 2020년 말까지 마무리할 것이므로 백스톱이 작동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야당은 완전한 브렉시트가 아니라는 점에서, 여당은 백스톱 가능성을 높게 보고 EU 회원국 혜택도 누리지 못하면서 EU 분담금만 무는 처지가 될 것을 우려해 메이 총리가 EU와 타결한 브렉시트안을 반대했다. 플랜B에는 EU와의 협상에서 의회 입장을 중시하고 야당이 요구하는 노동권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핵심 이슈인 백스톱에 대한 내용이 빠져 “사실상 플랜A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영국 정치권 평가다.

EU는 메이 총리의 정치력에 실망하면서 플랜B가 부결될 경우를 대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미 예상된 결과지만 독일, 프랑스 등 EU를 이끌어온 국가는 플랜B 이후 상황을 기대하는 듯하다. 노딜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가능성도 있지만, EU 전체 인구의 13%(2017년 기준)와 국내총생산(GDP)의 15%로 EU 내에서 독일 다음의 경제력을 지닌 영국의 EU 탈퇴는 다른 EU 회원국에도 심각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전례가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브렉시트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EU가 브렉시트 일정을 늦춰주고 영국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다시 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브렉시트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시켜 절차를 밟아왔는데 이 조항에 따라 정상적인 브렉시트든 노딜 브렉시트든 3월 29일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 국민투표를 다시 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이 필요하다. 몇 개월 동안 영국은 어정쩡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북아일랜드는 경제를 넘어 과거 테러, 폭력 사태 등과 같은 정치적 문제까지 우려된다. 더구나 영국과 EU 간에는 불편했던 관계가 적지 않았고, 영국의 재투표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어 EU가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을 일정 기간 유예시키는 의사결정을 하기도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브렉시트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중 통상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브렉시트 불확실성은 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글로벌 악재에 고스란히 노출됐음에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터라 한국 경제는 올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매경이코노미 2019. 1.28[칼럼]
<원문>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19&no=56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