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는 분식회계인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 논란으로 회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고 국제회계기준에서 채택하고 있는 `원칙 중심 회계`의 의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회계의 궁극적인 목표는 주주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기업의 경제적 실질, 즉 기업가치에 대한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분식회계는 기업가치를 왜곡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삼바의 주장은 2015년 이전에는 삼바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실질적으로 지배하였으나, 복제약 개발로 에피스의 기업가치가 상승하여 공동 투자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므로 2015년부터는 바이오젠과 공동 지배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에피스의 가치 증가인 4조5000억원의 평가이익을 재무제표에 표시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주장은 삼바가 2012년부터 에피스를 바이오젠과 공동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2015년에 에피스의 가치 증가를 재무제표에 평가이익으로 표시한 것은 분식회계라는 것이다. 삼바와 증선위의 상반된 주장과 관련된 주요 논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삼바는 상장심사를 받을 때의 위탁감리나 외부감사 시 2012년부터 적용한 회계처리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을 받지 않았으므로 그동안의 회계처리가 타당하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 더구나 2016년 시민단체와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자 금융감독원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했는데, 이제 와서 분식회계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둘째, 에피스에 대한 삼바의 실질지배력 여부는 삼바와 바이오젠의 2012년 이후의 이사회 의사록을 검토하면 판단할 수 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계약조항과 이사회 운영 현황 등을 참고하여 실질지배력 보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실질지배력 기준이다. 2012년 이후 이사회 의사록에서 삼바가 에피스를 지배하지 않는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는 한, 기업의 경제적 실질을 가장 잘 아는 경영자와 회계법인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원칙 중심의 회계이다. 이번 증선위의 결정은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원칙 중심 회계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다.

셋째, 경영자가 작성하고 회계법인이 인증한 과거 재무제표를 명확한 근거 없이 증선위가 부정하는 것은 재무제표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어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증선위는 논란이 거의 없이 명백한 경우에만 분식회계로 결정하고, 그 외의 경우에는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전문가들 사이에서 9대1이나 8대2로 명백하게 분식회계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분식회계로 결정하지만, 5대4 정도로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를 분식회계로 징계해서는 안 된다.

넷째, 기업의 존폐에 영향을 주는 분식회계와 전문가적 판단의 차이에 의한 (만약 분식회계라고 가정하더라도) 분식회계는 구분해야 한다. 삼바의 분식회계는 기업가치의 증가를 표시하는 방법 차이에 대한 것으로 기업의 존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다르다. 증선위의 분식회계 결정에 따라 거래정지가 이루어졌으나 한국거래소가 빠른 기간에 주식거래를 허용하여 투자자를 보호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기업의 존폐에 영향을 주는 분식회계에서는 거래중지를 통해 투자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기업의 존폐와 무관한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거래중지를 하지 않는 것이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향후 관련 법과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

삼바 논란은 회계 역할의 중요성을 알리고 회계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인 좋은 기회를 제공하였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삼바의 분식회계 논란이 바이오산업을 위축시키는 불필요한 논란이 아니라 원칙 중심 회계에 대한 재검토와 분식회계의 의미와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는 복잡한 회계실무에 대한 검토를 통하여 회계산업과 회계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종천 (숭실대 회계학과 명예교수)
출처-매일경제 2018. 12.26[기고]
<원문>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8&no=802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