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걷어찬 삼성바이오 판정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거래가 재개된 11일, 삼바 주가는 18% 가까이 급등해 39만40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26조원으로 불어나 시총 순위도 다시 4위로 올랐다. 삼바가 상장기업으로서 적격한지를 판단하는 기업심사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JP모건이 삼바 회계기준 변경 관련 재감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8월 10일 `목표주가 57만3000원의 매수 의견`을 낸 것이 새로 알려지면서 증권선물위원회의 판정 논란이 다시 증폭됐다. 당시는 7월 12일 증선위가 금융감독원 1차 감리에 대해 삼바의 공시 누락 혐의를 적시하고 검찰 수사와 관련 임원 해임을 요구하며 2012~2014년 회계 처리까지도 재감리를 결정한 이후라 향후 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았던 시기였다.

시프트 레프트(Shift Left)란 말이 있다. 글을 쓸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다. 글을 수정하려면 왼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시프트 레프트는 `원점으로 회귀`해 다시 생각하라는 것이다. 삼바 판정에 혹여 정치논리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를 냉철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500대 기업`으로 잘 알려진 포천지가 올해 처음으로 선정한 `50대 유망기업`에 삼바를 47위에 올렸다. 포천은 삼바를 "바이오시밀러(생물학적 복제의약품) 자회사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했다. 분식회계 혐의를 받은 기업이 유망기업에 오른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증선위는 삼바가 분식회계를 저지른 논거로 2012~2014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관계회사)으로 회계처리하지 않고 연결대상(자회사)으로 처리한 것을 지목했다. 하지만 에피스를 설립한 2012년 삼바 지분은 85%이고 이사회 구성도 삼성 4명, 바이오젠 1명이었으며 바이오젠도 에피스 설립 시부터 `지배력은 삼바가 행사하고 있다`고 매년 공시했다.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해 온 삼바가 에피스를 연결로 처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삼바가 분식을 통해 이익을 뻥튀기(2015년 12월)하고 그 이익에 기대어 상장(2016년 11월)했다고 가정해 보자. 삼바는 2016년, 2017년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익 뻥튀기`가 수명을 다했다면 주가는 곤두박질쳤어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미래가치가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삼바 주가는 공모가 `13만6000원`을 넘어 꾸준히 상승했다.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회계기준을 고의로 변경했다고 증선위는 주장한다. 삼바는 적자 상태임에도 미래가치 때문에 높은 주가를 유지했다. 따라서 자본잠식 상태가 되더라도 주가가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분식하느니 `증자(增資)의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스모킹 건`으로 알려진 `내부 문건`에는 삼성물산이 2015년 9월 합병 당시 자회사인 삼바 가치를 재평가하면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치를 1조8000억원으로 추산해 `실제 가치에서 차감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증선위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번 판정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문제로까지 불똥이 튈 전망이다.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내림에 따라 삼바는 2012~2014년 에피스 회계자료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 모회사인 삼성물산도 재무제표에 영향을 받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려 합병(2015년 7월)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이득을 챙겼다는 게 시민단체들 주장이다. 그렇다면 증선위 판정은 `2015년 합병 이전으로까지 문제를 소급해` 합병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길을 터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바이오·제약산업은 조 단위의 투자를 하고도 매출 영(零)의 혹독한 시련을 견딜 수 있는 자본력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안착하면 그만한 고부가가치 산업도 없다. 미래의 먹거리다. 한국은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다. 삼바의 뒤집힌 판정을 보면서 `법의 안정성`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출처-매일경제 2018. 12.13[기고]
<원문>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8&no=776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