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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치금융으론 경쟁 못한다 - 안재욱
	2004-04-06
관치금융으론 경쟁 못한다 씨티그룹이 국내 금융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우리나라 한미은행을 인수한 것이다. 씨티그룹은 씨티은행,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트래블러스보험 등 모두 14개 기업군으로 구성돼 있는 세계 제1의 종합 금융회사다. 전세계 100여개 나라에 진출하여 3400여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독일 최고의 은행인 도이체방크를 인수하려고도 했다. 국내에서는 그 동안 12개의 지점만 운영하면서도 국내의 어떤 은행들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려 왔다. 이러한 씨티그룹이 222개의 지점을 갖고 있던 한미은행과 결합한 것은 국내 은행에는 엄청난 위협이다. 국내 은행은 철저하게 상업 논리에 입각하여 운영해야 씨티그룹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이 점을 인식하고 현재 금융기관에 가해지고 있는 수많은 규제를 완화하고 은행 경영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관치금융을 청산해야 한다. 관치금융은 우리나라의 고질병이다. 관치금융은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주 요인이었으며 1997년 금융 위기의 주범이었다. 1990년부터 금융 위기가 발생한 1997년까지의 국내 은행과 외국 은행 국내 지점의 수익률을 보면 5대 시중은행과 외국 은행 국내 지점 간의 수익률 차이는 10배 이상이었다. 국내 은행의 부실 여신은 외국 은행 국내 지점의 약 9.3배였으며, 무수익 여신은 이보다 훨씬 심한 약 13배나 되었다. 지난해 3월, 정부는 정부 유관 기관이 최대 주주인 은행의 행장을 선출할 때 행장추천위원회에 공익을 대표할 수 있는 민간 전문가 1명을 직접 참여하도록 했다. 같은해 4월, 금감위가 카드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성하기로 한 브리지론 가운데 각 은행이 부담해야 할 금액을 할당했으며, 2003년 10월에는 금융당국이 주택담보 비율을 50%에서 40%로 낮추도록 했다. 그리고 금년 1월, LG카드 문제를 산업은행에 위탁 관리하게 했으며, 2004년 2월에는 민영화 은행에 대한 ‘황금주’를 도입하려고 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아직도 관치금융이 뿌리 깊이 박혀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관치금융은 곤란하다. 계속 관치금융이 횡행한다면 국내 은행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져 ‘외국 자본이 모든 국내 은행을 소유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화할지도 모른다. 관치금융을 해소하고 국내 은행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바로 은행 소유를 자유화하여 은행에 주인을 찾아 주는 일이다. 그래야 은행이 철저하게 상업 논리에 따라 운영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면 바로 반론이 제기된다. 은행의 소유를 자유화하면 우리나라에서 은행을 소유할 만한 자본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산업자본인데, 그렇게 되면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어 은행이 사금고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의 사금고화 문제는 기업 소유의 은행이 다른 경쟁 기업들에 신용을 제한함으로써 경쟁자의 경쟁적 활동을 방해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행위는 은행 대출시장과 그 대체 시장이 비경쟁적일 경우에 가능하다. 경쟁 기업들이 다른 은행들과 회사채 시장 같은 비은행 금융시장을 이용한다면 그 은행이 경쟁 기업들에 신용을 제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의 사금고화 문제가 우려된다면 금융산업을 경쟁적으로 만들면 된다. 그래도 은행의 사금고화 문제가 우려된다면 다른 보완책을 확실히 마련하면 된다. 은행에 의해 모기업 또는 계열사로 가는 모든 신용에 대한 완전한 담보를 요구하고, 모기업이나 계열사로 공급되는 대출이 편중되지 않도록 동일인 여신 한도를 두어 철저하게 감시·감독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이 정부가 은행 운영에 개입하고 은행이 정부나 정치 권력의 ‘사금고’로 이용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낫다. 선수는 선수끼리 경쟁해야 한다. 경쟁에서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선수가 가장 자유스러울 때다. 복싱 경기에서 외국 선수는 자유롭게 활동하는데 우리 선수의 한 팔을 묶어 놓고 경기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보나 마나 지는 경기다. 은행 소유를 제한하여 관치금융을 지속하는 것은 국내 은행의 한 팔을 묶어 놓고 씨티은행과 경기하라는 것과 똑같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경영환경개선운동본부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4. 5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