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시장경제지위 압박 中 반발에 무역전쟁 격화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집권당인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 모두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주장한다. 하원을 민주당에 내줬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탄탄한 지지 기반을 확인했고, 2년 후 대선에서도 이길 것으로 보는 듯하다. 중간선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통상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밝혔다. 중국에 대한 강력한 무역제재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통해 무역 불균형과 미국 기업의 첨단기술 유출을 막겠다고 했다.

앞으로 트럼프식 ‘자국 우선주의’ 통상정책과 보호무역주의는 계속될 것이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비시장경제지위(Non-Market Economy Status·NMES)’ 논리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시장경제지위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 아래 국가가 덤핑 수출하는 것을 서방 세계가 규제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비시장경제국가로 지정된 국가의 상품은 정상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출된 것으로 평가되므로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판정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 통상분쟁에서 패소할 확률이 크고 반덤핑 제재 수준도 높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몇 년 동안 비시장경제임을 인정하고 경제체제를 변화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베트남과는 달리 중국의 비시장경제지위는 여전히 논란이다. 2001년 WTO에 가입할 당시 중국은 가입 후 15년간 비시장경제지위를 인정했다. 15년을 기다리기 어려웠던 중국은 개별 국가와 통상협상을 벌여 시장경제지위를 인정받는 전략을 추진해 70여개 국가가 중국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했다.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만이 중국을 비시장경제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 15년 차를 목전에 둔 2015년 미국, EU와 일본은 1년 후 중국을 시장경제국가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에 빠졌다. 중국이 WTO 가입 조건에 부합하도록 경제체제를 구축했고 상당수 국유기업 개혁과 민영화를 단행했지만 여전히 중국 당국의 경제 분야 간섭이 많고 국유기업 위상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의 기대와 달리 이들 선진국은 지금까지도 중국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7년 10월 말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미 상무부는 중국의 비시장경제지위를 재확인하는 200여페이지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9월 타결된 USMCA에서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비시장경제국가와의 무역협정 체결 시 다른 회원국에 사전 정보를 제공해야 함을 포함시켰다. 향후 미국은 비시장경제국가 규정을 미국이 체결한 다른 무역협정에도 반영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EU, 일본에도 유사한 취지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이런 미국의 조치를 비판하는 논평을 게재했다. “사회주의 기본 제도와 시장경제를 결합시킨 것이 중국식 시장경제고 어느 국가도 완벽한 시장경제체제를 갖고 있지 않은데 자국 경제체제를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인민일보 논평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통치철학으로 천명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와 궤를 같이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시장경제지위와 관련해 시 주석의 통치철학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한미 FTA에 비시장경제규정 도입을 요구할 경우 중국과 FTA를 체결한 우리나라 입장은 매우 곤란해질 것이다. 미중 갈등으로 대외 통상 환경이 새로운 국면으로 바뀌고 있어 통상정책당국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출처-매경이코노미 2018. 11.19[칼럼]
<원문>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18&no=723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