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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가 대입정책 조율하라 - 권대봉
	2004-04-02
교육부가 대입정책 조율하라 교육문제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은 물론 국가 미래의 비전 구현 차원에서 바라봐야 해결점이 나온다. 그렇지 않고 교육문제를 본인이 몸담고 있는 기관 입장에서 보고 교육정책을 내놓으면 기관의 입장에 따라 정책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는 피해를 보게 된다. 대학입시에 관해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는 수능 폐지를, 교육인적자원부는 수능 역할의 점진적 축소를, 국립 서울대는 수능 중심의 선발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이상의 3개 기관은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들이다. 국민의 세금을 쓰는 정부기관은 기관의 입장보다는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국민을 위하는 교육정책을 내놔야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정책을 내놔서는 안 된다. 정부기관이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관계 기관 간에 상호 조율과 조정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경쟁적으로 국민에게 발표해 버리고 만다. 현 정부 출범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없어지고 나니 교육정책을 조정하는 기능이 약화되거나 없어져 버려 사전 조정이 되지 않은 주장과 정책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국민을 혼돈 속에 빠뜨리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중3학생들이 대학입시를 치르는 2008학년도부터 내신 중심의 대학입시를 치르도록 하는 안(案)을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가 오는 8월말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교육부총리가 발표한 지 한 달이 채 못된 상태에서, 서울대는 2005학년도 입시를 사실상 수능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내신 등급을 과목별로 5등급을 나누어 등급에 따라 점수를 준다는 서울대 방식에 따르면 상위 10% 이내에 들어가는 학생들에게 똑같은 점수를 주므로 실질적으로 학생부 성적이 반영될 여지는 거의 없게 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교육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수능 과외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교육방송 수능강의에서 다룬 문제를 수능에 출제하겠다고 하여 학교와 학원은 교육방송 해설 강의 준비로 바쁘고, 교육방송 교재 출판을 맡은 회사는 대박을 터뜨리고 있으나 다른 참고서 제작 회사들은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가히 대한민국은 수능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서울대는 전체 정원의 15%를 뽑는 특기자 전형의 경우, 과학과 외국어 성적 등으로 선발해 과학고와 외국어고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입시안을 내놓았다. 과학고와 외국어고는 원래의 설립 목적과는 달리 대학입시 준비 명문고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결국 대학입시 준비는 중학생들의 몫으로 전이되어 과학고와 외국어고 진학 열풍이 뜨겁게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은 중학생부터 가중될 것으로 전망돼 교육인적자원부의 사교육비 절감 대책은 고등학생 단계에서는 성공할지 몰라도 중학생 단계에서는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됐다. 수능의 역할을 대학입시에서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과는 상반되는 서울대의 입시안 때문에 교사는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은 매우 혼란스럽다. 더욱이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는 2008년부터 수능 없는 대학 입학 전형을 추진하고 있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인 서울대와 교육혁신위원회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서울대와 대통령 직속기구간의 힘겨루기를 관전하는 국민의 마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교육혁신위가 추진하는 것처럼 내신 중심의 입학 전형으로 갈 경우, 고교간 학력편차가 있고 성적 부풀리기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고교학생부를 신뢰할 수 없는 문제점이 남아 있다. 최근 대학들은 대학교육 이수에 필요한 최저 학력을 확인하기 위해 모집 단위별 지필고사를 허용하는 등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총리실에 건의했다. 총리실은 대학들이 지필고사 허용을 바라고 있지만 이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므로 앞으로 교육인적자원부를 중심으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총리실이 보여준 것처럼 교육문제는 정부기관간 사전 조정은 물론 연구와 검토를 거친 후 교육인적자원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정책결정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교육혁신위는 물론 국립 서울대를 비롯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모든 교육 관련 기구와 기관들은 앞으로 국민이 만족하고 감동할 수 있으며, 동시에 국가의 밝은 미래를 만드는 교육정책을 교육인적자원부가 펼 수 있도록 정책결정 시스템 구축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대학원장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4. 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