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 노후 복지 고려한 연금제도 개혁을

제4차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 결과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2057년에 고갈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는 연금보험료를 현재의 9%에서 11%로 당장 올려야 한다는 안과, 10년에 걸쳐서 13.5%까지 올리고 연금수급 개시연령도 67세까지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안이 나왔다. 적립기금 고갈도 걱정이지만 연금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것 또한 부담이다.

국민연금 기금이 2057년에 고갈된다는 얘기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앞으로 38년 후까지는 적립기금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현재 연금을 이미 수급하고 있는 어르신이나 현재 50대 이상 농민은 평균 수명까지는 적립기금이 없어 연금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다는 뜻이 된다.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2038년 66세, 2043년 67세로 연장하는 방안도 현재 50대까지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연금보험료가 인상되면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게 감수해야 한다.

적립기금과 관련해서 주지해야 할 것은 적립기금이 없다고 반드시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적립기금 없이도 당년도 근로계층에게서 연금보험료를 거둬 당년도에 필요한 연금지급액을 해결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운영할 때 노령인구 대비 근로인구가 적어지면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 근로계층의 부담이 너무 가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와 같이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경우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젊은 연령층이 줄어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지면서 농촌어르신을 모시는 것도 힘들어지는 것을 농촌지역은 도시지역에 앞서 경험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재정위기로 떠들썩하지만, 이에 앞서 노인빈곤율이 너무 높은 것이 농촌현실이다. 우리나라 노인 중 50%에 가까운 어르신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으로 살아가고 있고, 농촌어르신 대부분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농촌은 도시보다 생계비가 덜 든다는 것이지만, 교통 사정이 좋지 않아 병원 다니기도 불편하고 필요한 생필품 장보기도 쉽지 않다. 대도시 노인들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해서 나들이하는 모습이 부럽게 보일 정도다.

9월부터 기초연금이 월 25만원으로 인상됐고, 늦어도 2021년까지는 월 30만원으로 인상될 예정이어서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는다 해도 금액이 적은 어르신에게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초연금은 개인별로 지급되기 때문에 일부 감액은 되지만 노부부의 경우 할아버지·할머니가 각각 받을 수 있어 좋다. 1995년 농어촌지역에 적용이 시작된 국민연금은 당시에는 일부 반발도 있었지만 그래도 국가를 믿고 가입해 보험료를 꾸준히 납입한 어르신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하면 그런대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청장년 영농인 입장에서는 연금보험료 인상이 걱정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국민연금 보험료는 16%까지 인상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연금보험료의 절반을 사업주가 납입하도록 돼 있는 근로자와는 달리 보험료 전액을 납입해야 하는 농민 입장에서는 보험료 인상이 분명히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농어민에게 국민연금 보험료의 50%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보험료가 인상되더라도 부담을 줄일 방법은 있다.

앞으로 국민연금법 개편을 포함한 노후소득 보장제도의 재정립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활성화될 것이다. 향후 우리 농업을 이끌어가야 할 청장년 농민의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 각종 연금제도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청사진 역시 다시 설계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출처-농민신문 2018. 9.17[사외칼럼]
<원문>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name/298633/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