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反省’과 포용국가 警告

지금 아르헨티나는 국가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 파산을 면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채무국으로서 국가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자체적 재정 개혁안을 발표했다. 기본 방향은 정부 부서를 반으로 줄이고, 방만한 복지 지출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1950년대 후안 도밍고 페론 정부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큰 정부와 복지확대’ 정책을 추진했다. 이른바 ‘정치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국가이며, 이후 20여 차례나 IMF 구제금융에 의존했다.

세금 부담보다 복지 혜택이 더 크면 국가 경제엔 문제지만 정치적으론 성공이다. 국민은 부담보다 혜택이 더 크면 그 정부를 지지한다. 그래서 모든 정치인은 국가 경제는 생각하지 않고, 큰 정부를 통해 국민의 복지를 확대하려고 한다. 그래서 복지 확대로 정권 잡기 경쟁을 하는 국가들은 필연적으로 경제적으로 망해 간다. 이른바 ‘정치 실패’ 현상이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자체 개혁 방향인 ‘정부와 복지 축소’는 우리의 복지 확대에 대한 경고(警告)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부이고, 사람 중심의 복지 확대가 핵심이다. 이른바 ‘큰 정부와 복지 확대’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4.4%로 예상되지만, 전체 예산 규모는 거의 10% 증액할 예정이다. 내년 예산안에서 복지 지출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12.1% 수준이다. 이런 빠른 증가 속도로 인해 복지 예산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 수준이다. 문 정부가 끝나는 2022년엔 재정 적자 수준이 관리재정수지 관점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3%로 전망하고 있다. 빚을 내서라도 지속적으로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문 정부의 의지를 볼 수 있다.

지금도 무분별한 복지 확대 정책이 진행 중이다. 모든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자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경제 능력이 부족한 가정에 대한 선별적 복지가 아니고, 상위소득 10% 계층에도 무차별적으로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국가 경제는 생각하지 않고, 복지 확대를 통해 정치적 이윤만 챙기겠다는 의미다. 큰 정부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갈수록 확고하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복지 확대 정책을 ‘포용국가’란 용어로 포장하고, 국민의 삶을 전 생애 주기에 걸쳐서 책임지겠다고 했다. ‘큰 정부와 복지 확대’ 정책 방향은 필연적이다.

한번 확대된 복지정책은 절대 축소하는 방향으로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복지 확대는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한번 팽창하기 시작한 복지는 지속적으로 국가 경제에 부담을 주게 되고, 국가 경제위기로 갈 수밖에 없다. 경제 부담의 막바지에 이르게 되면, 결국 재정개혁을 할 수밖에 없다. 재정개혁의 기본 방향은 ‘작은 정부와 복지 축소’다. 그동안 방만하게 확대된 복지와 공공부문을 축소해서 경제 부담을 더는 방향뿐이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개혁안도 이 방향이지만, 벌써 심한 국민적 반대에 부닥치고 있다.

문 정부의 정책 방향은 ‘큰 정부와 복지 확대’다. 이미 이러한 정책 방향을 추진한 아르헨티나 정부의 개혁안은 ‘작은 정부와 복지 축소’다. 아르헨티나에서 실험했던 ‘큰 정부와 복지 확대’ 정책은 실패였음이 밝혀졌음에도, 문 정부는 아르헨티나로부터 교훈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국민 삶 평생 책임지는 포용국가로 가야’라는 발언을 보고서,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우리는 분수 넘치게 살았다’는 반성(反省)이 묘하게 겹친다. 우리의 미래를 보는 듯하다.

현진권 (경제평론가 前 자유경제원장)
출처-문화일보 2018. 9.10[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910010731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