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 中 견제 ‘신의 한 수’ 될까

‘G2’로 불리는 미중 마찰이 갈수록 격화되는 가운데 ‘인도-태평양 구상’이 아시아의 새로운 경제·안보동맹체로 발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워싱턴 정가 동향에 발 빠른 미 상공회의소는 지난 7월 말 ‘인도-태평양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인도-태평양 경제 전략(Indo-Pacific Economic Strategy)’의 주요 내용을 밝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 전략은 중국의 일대일로 패권주의를 배격하며 자유와 열린 민주사회를 지향하고 있음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지난해 11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도-태평양의 자유와 열린 구상(Free&Open Indo-Pacific Initiative)’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고강도 무역제재를 가하면서도 인도-태평양 구상을 통해 아시아 주요국과의 협력체계를 구축,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몇 년 전부터 미국·일본·호주·인도는 매년 2차례 안보회의를 개최해오고 있다. 이 안보회의의 ‘가상 적’이 어느 국가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중국 다음으로 많은 인구를 가진 인도는 모디 정부 아래 고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향후 10년이면 중국에 버금가는 경제 규모를 갖게 되고 국제 무대 발언권도 더 높아질 것이다. 개발도상국으로서 인도는 국제적 이슈에 대해 중국과 입장을 같이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국에 대한 견제심리도 적지 않다.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에서 인도를 눈여겨볼 여지가 많은 이유다.

미국이 군사·안보 측면에서 인도를 중시했다면 일본은 경제협력 구도에서 인도를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2005년을 전후해 일본은 중국이 제안했던 ‘아세안+3(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고민이 적지 않았다. 아세안 국가 다수가 ‘친중국’ 성향을 보여 중국 제안대로 지역경제 통합이 성사되면 중국 영향력이 강화돼 일본 입지가 축소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은 ‘아세안+6(한중일, 인도, 호주, 뉴질랜드) FTA’ 구상을 관련 국가에 널리 설득했다. 겉으로는 ‘글로벌 공급 사슬의 경제적 이익 실현’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중국에 맞대응이 가능한 인도를 포함시켜 향후 체결될 아시아의 거대 무역블록에서 중국 위상을 약화하고자 했다. 일본의 주도면밀한 외교전에 중국은 ‘아세안+6 FTA’를 수용했고 현재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명칭으로 협상이 진행 중이다.

미국 못지않게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는 일본 아베 정부는 미국이 포함된 인도-태평양 구상 실현에도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2016년 여름 케냐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일본의 대외 전략으로 밝혔다. 지난해 11월 초 동아시아 순방길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체화시키는 언급을 했다. 올 들어 미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기존 안보협력에서 경제협력까지 포함하는 형태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인도-태평양 구상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안보동맹체나 경제동맹체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낙관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인도의 참여가 핵심인데 아직도 미국의 구상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인도가 좀처럼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NATO를 무력화하거나 기본 무역협정 폐기 혹은 재협상 요구를 서슴지 않는 상황에서 인도가 미국의 구상을 지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인도-태평양 구상이 실현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
출처-매경이코노미 2018. 9.3[칼럼]
<원문>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18&no=553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