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잠재력 큰 세계 6위 한국영화

내년 2019년은 최초의 한국영화로 알려진 '의리적(義理的) 구토(仇討)'가 1919년 단성에서 상영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지난 100년 동안 한국영화는 국내외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는데, 2018년 칸 필름마켓에서 배포된 통계자료에 의하면, 한국 영화시장이 세계 6위에 오르기도 했다. 인구가 6500만 명이 넘고, 1인당 GDP가 4만5천불에 달하는 문화예술 강국 프랑스와 우위를 다투는 수준에 이르렀다. 전 세계 영화 시장에서 자국영화 점유율이 50%를 넘는 국가는 아주 드물지만, 한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최근 7년 동안 50% 이상을 기록했다.

1996년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베를린·칸 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히고 있다. 작품성과 오락성까지 두루 갖춘 한국영화가 해외시장에 심심치 않게 선보여 많은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은 이제 공지의 사실이다.

물론, 밝은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 극장 시장은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었고, 스마트 기기가 보편화 되면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가 제공하는 해외 영화를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영화에 대한 위협 요인이 도처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영화사에 기리 남을 발자취를 남긴 한국영화가 앞으로의 100년을 대비한다면 우선 준비할 것이 무엇일까? 필자는 우선 우리 영화의 영화사를 대내외에 선보일 '한국영화역사박물관'의 설립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영화의 역사는 단순한 통계자료가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된 우리 국민의 문화사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무한한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면서 우리 국민들이 대한민국 영화사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인들과 함께 한국 영화의 자취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을 마련할 수도 있다.

특히, 세계 영화 팬들을 대상으로 한국영화역사박물관을 문화상품으로 발전시키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프랑스 독일 등 영화선진국들은 자국의 영화박물관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문화산업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영화박물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도 2019년 상반기를 목표로 LA 영화 박물관을 건립 중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제 우리 한국영화의 위상에 부합하고 영화산업을 활성화시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국립 한국영화역사박물관의 설립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우리가 '한국영화 100년'을 맞이하여 또 준비할 것은 무엇일까?

영화 시장에서 한국 영화가 선도자 역할을 수행하고, 수출상품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국과의 네트워킹이 필수적이다. 민간영역의 영화인들이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은 정부가 민간사업자간 네트워크 구축에 촉매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베트남 시장에서는 한국 영화 리메이크 작이 잇달아 우수한 흥행 실적을 내었다고 한다. 역대 박스오피스 기준으로 '내가 니 할매다'(수상한 그녀)는 3위, '고고시스터즈'(써니 리메이크)는 5위에 올라 한국영화 제작 노하우에 관한 관심도 높아져 있다. 또한, 영화진흥위원회 산하의 한국 영화아카데미는 한국 영화의 위상과 교육의 효과에 힘입어 아세안 각국에서 유학을 희망하는 영화인이 많다. 한국영화산업이 문화상품으로 수출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난 100년 동안 한국영화는 국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으며, 세대를 뛰어 넘어 웃음과 감동을 주기도 했고 답답하고 어두운 시절에는 좌절하고 낙담한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제 한국 영화가 다가오는 100년 동안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장기적 안목에서의 문화정책을 기대해본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행정개혁시민연합 상집위원장)
출처-디지털타임스 2018. 9.2[포럼]
<원문>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8090302102369640001&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