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車관세 25% 현실화되면 한국 車산업 사실상 枯死

1986년 포니 엑셀이 미국에 첫 수출된 이후 국산 자동차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한국은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다. 자동차는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에서 14%, 고용·부가가치 12%, 총 수출 14%를 차지하고 있는 기간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국내 생산 자동차는 411만대고 이 중 62%인 253만대가 수출됐다. 미국 시장 수출은 총 수출의 33%인 85만대. 2012년 317만대를 수출한 이후 전체 수출 규모는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2만여개 부품으로 조립되는 자동차는 ‘제조업의 총아’로 불린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20세기에 자동차 산업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했고 독일과 일본은 지금도 자동차 강국이다.

역사적으로 미국 정치권은 자동차 산업에 우호적이었다.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노조(UAW) 표를 의식한 결과다. 제너럴모터스(GM)의 캐딜락은 ‘미국인 자존심’으로 통했다. 오죽하면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오랫동안 ‘빅3(Big3)’로 군림해온 포드, GM, 크라이슬러는 국제경쟁력에서 유럽과 아시아는 물론 미국에서도 일본과 독일 브랜드에 밀려왔다. 이 때문일까. 올해 5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무부에 수입 자동차를 1962년 제정된 무역확대법 232조 안보통상규정으로 무역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지 검토하도록 했다. GM 등 빅3가 2017년 미국 내에서 생산한 자동차가 860만대나 되는데도 말이다. 외국계 자동차 회사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도 지난해 미국에서만 870만대를 생산했다. 즉, 미국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무려 1730만대다.

전체 수입 승용차 대수는 750만대고 버스 등을 포함하면 862만대다. 미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대부분은 미국에서 생산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빅3의 생산 규모도 전체 내수 시장의 30% 이상이다. 수입 자동차가 미국 국방 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다소 억지가 있다.

무엇보다 25% 자동차 관세는 수입금지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산 자동차 매출액 중 인건비 비중은 약 12%. 인건비 2배 수준 관세를 물고 수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생산 자동차의 23.8%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관세가 현실화된다면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과 삼성르노는 한국 시장 의존도가 낮고 대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미국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 봐도 이 조치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 빅3는 세계 주요 지역에 생산기지를 가동하고 있으며 전 세계로부터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수입 자동차 상당 부분은 빅3가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 내로 재수입하는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부과를 미국 자동차 기업이 반대하는 이유다.

더구나 자동차는 전후방 연관 효과가 가장 높은 산업이므로 수입규제 파장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다. 자동차 관세를 앞두고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캐나다, 멕시코 등 세계 자동차 생산대국이 ‘항미(抗美)동맹’ 결성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약 자동차 관세가 트럼프 대통령 언급과 같이 실행되면 국제 무역질서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자동차 관세 항미동맹 모임 참석을 계기로 한국 통상당국도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보호무역조치에 국제 공동 대응을 공식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
출처-매경이코노미 2018. 8.6[칼럼]
<원문>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18&no=491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