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원리 맞게 경제정책 복원해야

'사람중심 경제'라는 구호부터가 애매모호한 정치적 구호였다. 저녁이 있는 삶도 추상적이긴 마찬가지다. 아침에 10시에 출근하고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삶을 꿈꾸는가. 젊은이들이 평일에도 한가하게 공원에서 삼삼오오 이야기하는 나라를 희망하는가. 정부가 국민소득의 32%를 지출하고, 국민들은 소득의 90%를 소비하는 경제를 만들고 싶은가. 세율 인상을 원하는가. 이런 나라는 이미 있다. 이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00 달러에 불과하다.

과거 우리나라도 이런 나라들과 다를 바 없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소득수준은 OECD 국가의 중위권에 속한다.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주거비용의 비율도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이 장시간 일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높고 여가보다 일을 중요시 여긴다, 삶의 만족도는 우리보다 여가 시간이 많은 그리스나 헝가리보다도 높다.

대한민국의 성장 배경에는 1962년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있다. 그 계획에서 가장 우선시한 것은 에너지 공급의 확충, 농가소득 증대, 기간산업의 확충과 사회간접자본의 충족, 수출증대, 그리고 기술진흥이었다.

현재의 문재인 정부는 이와는 정반대의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정책 대신 탈원전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비용도 상승시킨다. 농번기 가뭄대책과 홍수대책도 없이 4대강 사업을 허물고 있다.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전 수출뿐만 아니라, 철강, 자동차 등 다양한 품목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무역 전쟁이 시작됐는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기술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전 정부가 추진한 창조경제정책은 사라지고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이 우리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을 수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두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좌익들은 자본과 노동을 대립적 시각에서 본다. 근로자가 기업을 통제하고 재벌은 타도해야 된다고 믿는다. 이들의 시각에서는 자본의 성장을 억제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이들이 평생을 되새긴 관념 속에는 현실이 없다. 우리의 삶의 질이 얼마나 눈부시게 발전했는지는 안중에도 없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그리고 공정경제다. 이들 정책은 어떤 시각에서 마련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소득주도성장은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주장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소비를 증가시켜 경제를 살린다고 주장한다.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은 소비가 아니라 저축이다. 가계는 저축하고 기업은 투자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은 폐업하고 청년들과 비숙련근로자들은 실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혁신성장 정책도 분명하지 않다. 혁신성장을 이야기하면서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공제율은 낮추고 있다. 전 세계가 투자공제율을 높이는 상황에서 우리만 연구개발 준비금 이연제도도 폐지하는 등 연구개발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기술 혁신하는 기업은 외면하고 사회적 기업만 찾는다.

공정경제 정책도 정치적이다. 현재 대기업 정책은 자본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꼬리로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처음부터 목적이 있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국민들은 국민연금을 통한 정치적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조금만 문제가 제기돼도 검찰이 나선다. 문제 해결보다는 대기업 손봐주기에 가깝다.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경제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이중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법인세와 상속세는 낮추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공제율은 높여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높이고 규제 장벽은 낮춰야 한다. 21세기는 기술 전쟁의 시대이다. 새로운 과제에 전념하자. 이제 경제 논리로 경제 정책을 복원하자.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출처-디지털타임스 2018. 7.17[포럼]
<원문>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8071802102369607001&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