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타결 농업 시장 개방폭이 관건

지난 5월 25일 서울에서 우리나라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간 무역협정(TA) 협상 개시가 선언됐다. 양 지역 간 TA 논의는 2004년 시작됐지만 남미 특유의 보호무역 정서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정치적 불안정으로 논의가 부진했다. 그러다 이들 국가에 친(親)시장 정부가 들어서면서 TA 논의가 급진전됐다. 메르코수르는 남미 대부분을 차지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4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메르코수르는 인구와 경제 규모(GDP) 측면에서 남미 지역의 75%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TA 경제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돼 그동안 일본 등 다수 국가가 메르코수르와의 TA 추진을 타진했으나 호응을 받지 못했다. 칠레, 페루 등 남미 국가와는 상품 교역 중심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으나 남미 외 다른 국가와의 TA 추진 실적도 매우 빈약하다.

메르코수르는 높은 관세와 비관세장벽을 유지하고 있어 TA 발효 시 상당한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올해 3%대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브라질·아르헨티나의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내수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한류 확산과 한국 브랜드 인지도가 향상되는 가운데 내구 소비재(자동차·가전 등)와 미용·헬스케어 수요가 늘고 있어 TA 발효 시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메르코수르와의 TA 발효 시 20억~30억달러가량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메르코수르와 보완적인 교역관계인 데다 메르코수르는 농산물 수출과 기술이전에 관심을 갖고 있어 상호 ‘윈윈’하는 협상을 타결할 것으로 연구기관들은 분석한다. 하지만 결코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지역 실정을 고려해 협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메르코수르와의 TA 협상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체결해온 FTA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일반 용어인 자유무역협정에서 ‘자유’를 뺀 무역협정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자고 요구할 정도로 아직 남미 국가들은 무역자유화에 적극적이지 않다. 메르코수르는 지난 1999년 유럽연합(EU)과 FTA 협상을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모든 FTA 협상에서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추진 목표로 설정했으나, 메르코수르와의 TA는 되도록 단기간 내 협상 타결을 목표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국이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당근이 포함된 협상안을 제시해야 한다. 남미 국가의 수출구조로 인해 우리나라 농업시장 개방 없이는 협상이 진행되기 어렵다. EU-메르코수르 FTA 협상의 최대 걸림돌도 EU 농업 개방 범위다.

메르코수르는 관세동맹, 공동시장 형태로 운영된다. 즉, 개별 국가와의 양자 간 FTA가 허용되지 않으며 4개 회원국 모두의 합의가 있어야 협상이 진전된다. 4개 회원국 간 정치경제적 격차가 큰 상황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브라질의 리더십이 약해 대외협상이 중단되거나 장기간 표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더구나 공동시장임에도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무역전쟁에 돌입한 적이 있고 관세동맹 취지에 크게 부족한 역외공동관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대해서는 쿼터를 운영하는 등 무역통상제도 전반이 전형적인 개도국 간 무역협정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메르코수르 TA는 통상교섭본부 재설치 이후 첫 신규 FTA 협상이다. 명분보다는 실리를 바탕으로 우리 기업의 관심 품목 위주로 협상 범위를 좁혀야 단기간 내 협상 타결이 가능할 것이다. 국내 농업당국, 이해단체와의 긴밀한 대화와 협력체계를 통해 일정 수준의 농업 분야 시장 개방안을 만들어야 TA 협상 타결이 가능하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
출처-매경이코노미 2018. 6.4[경제칼럼]
<원문>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18&no=353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