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실제 수령액으로 산정해야

최저임금 대비 25%가 넘는 정기상여금과 7%가 넘는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매월 주기적으로 지급하는 경우만 대상이다. 지급 방법을 바꾸려면 과반수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독소 조항으로 개정안의 효력은 떨어졌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악영향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임시·일용근로 취업자 수가 계속 줄고 있다.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종 취업자도 계속 줄고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급감했다. 최저임금 인상 외 다른 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

최저임금제는 생활안정을 위해 실시하는 제도다. 최저임금을 올릴 때는 최저임금으로 생활이 어렵다는 주장을 했다. 근로자는 임금 총액으로 생활한다. 당연히 근로자가 수령하는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저임금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에 개정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으로 노동자 간의 소득 격차가 해소될 것으로 봤다. 반면,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 9명 전원이 최저임금위원을 사퇴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8일 부분파업을 했다. 현대차 직원의 평균 연봉은 2017년 기준 9200만 원이다. 최저임금과는 상관없어 보인다.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부 직원은 높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기본급이 낮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연봉도 올라간다. 최저임금법이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차별하고 있다. 개정안의 독소 조항으로 이러한 차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제는 최저임금보다 생산성이 낮은 구직자들에게는 직장을 얻는 데에 치명적인 장애 요인이다. 지나치게 높은 최저임금은 많은 구직자의 일할 권리를 박탈한다. 2017년 인상 당시 전체 근로자 중 향후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이 인상돼야 하는 근로자의 비중(영향률)이 23.6%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최저임금위가 이렇게 많은 근로자의 임금을 결정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 임금에 있어서는 민법상 사적자치의 원칙도 사라졌다.

영향률이 커질수록 투쟁은 격해지고 실업은 증가한다. 실업 증가로 양극화는 심해지고 저소득층의 고통은 커진다. 아사 린드벡과 데니스 스노워는 취업한 근로자는 실업자가 임금을 낮춰 직장을 얻으려는 걸 막는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이 높을수록 노조의 기득권은 강화된다.

합리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를 위해선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만큼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 권한은 법률로 제한해야 한다. 예컨대 영향률(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 10% 이내라는 최저임금 인상률의 상한선을 설정하고 이 범위 안에서 최저임금위의 임금 결정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 사용자단체와 노동조합이 추천할 수 있는 위원 후보의 자격을 법에 명시,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는 근로자가 수령한 모든 금액으로 확대해야 한다. 생계비와 소득분배를 반영하는 만큼 근로자가 실제 수령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산정해야 한다. 현재 방식으로는 영향률이 과소평가되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률을 억제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으로는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회가 추가적인 법 개정을 통해 국민의 피해를 막아 주길 기대한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 경제학)
출처-믄화일보 2018. 5.31[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531010331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