財界와 소통 없인 혁신성장 無望하다

문재인 정부 1년의 경제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출범했지만, 역설적으로 고용 지표가 가장 취약하다. 지난 3월 기준 실업률은 4.5%로 2001년 이후 17년 만의 최악이다.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파생 수요다. 일감이 있어야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일감은 새로운 접근과 착상을 통해 얻어진다. 궁극적으로 ‘시장에서의 혁신’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국가가 최대의 고용주’여야 한다는 믿음은 일자리 창출에 대해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에 눈을 돌린 것은 고무적이다. 소득주도성장만으로는 경제를 순항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만나 대기업 현장 방문을 약속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구본준 LG그룹 부회장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올해 1월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그리고 3월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했다.

이들 그룹은 정부의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LG는 전기차 부품,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신산업 중심으로 올 한 해 19조 원을, 현대차는 친(親)환경차, 스마트 카, 로봇, 인공지능(AI) 등에 5년간 23조 원을, SK는 반도체 소재, 에너지 신산업, 차세대 정보통신 기술 등 5개 신산업 분야에 올해 27조 원을 포함해 3년간 8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들 그룹이 정부에 약속한 투자액은 122조 원이다. 창출하겠다는 일자리는 5년간 8만3000개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만남이 아직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소통의 의미가 반감됐다.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변수는 별건으로 그 자체가 소통의 장애 요인이 돼선 안 된다. 또한, 그룹으로부터 투자와 고용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소통일 수는 없다. 투자와 고용은 ‘불가역적’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며, 정부의 요구에 화답하는 것이 기업 경영일 수 없다.

혁신성장을 위한 소통은 ‘미래 먹거리 탐색을 위한 대기업의 역할과 정부의 지원’에 대한 의견 교환에서 그 단서를 찾는 것이 순리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분석한 미국의 성장 동인(動因)은 시사하는 바 크다. 미국은 1870∼2007년에 걸쳐 연 2.1%씩 성장했으며, 세기에 걸친 경이로운 성장은 ‘혁신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4차 산업혁명의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로 좁혀진다. 4차 산업혁명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민·관이 어떻게 협력하고 플랫폼을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소통인 것이다. 미래에는 산업의 융·복합화로 불확실성이 커진다.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은 빠른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산업화시대의 규제는 재구조화돼야 한다. 규제 완화 차원에서 네거티브 규제, 규제 샌드박스 등을 도입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모아 새로운 빅데이터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재벌 개혁을 표방한 ‘대기업집단 규제’ 법제화는 신중해야 한다. 노키아와 코닥의 실패는 ‘변신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배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모범 답안이 없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함몰돼 기술 개발 여력을 사장(死藏)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혁신성장을 위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대기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스타트업’의 기술을 구매해 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문어발식 확장’ 등의 시비는 종식돼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문화일보 2018. 5.15[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515010731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