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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버린이 SK에 가르쳐준것 - 노부호
	2004-03-17
소버린이 SK에 가르쳐준것 기업지배 구조에 변화 예고…주가관리가 최선의 방어 SK㈜와 소버린이 3월 주총에서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을 벌여 SK의 승리로 결말이 났다. 그동안 국내 기업 사이에는 표 대결이 있었지만 외국계 펀드와 재벌기업 간의 표 대결은 매우 희귀하고 앞으로 국내기업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될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사건은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특히 국부(國富)유출과 지배구조의 관점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식과 관행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국부유출은 우리 모두가 우려해야 할 일이지만, 문제는 우리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계속 지분을 늘려 42% 이상까지 확대해온 데 반해 한국의 기관 투자가들은 계속 감소시켜 왔다는 점이다. 국내 기관 투자가들은 펀더멘털(경제기초체력)에 입각한 장기투자보다 단기적인 시각으로 투자하면서 입으로는 국부유출을 걱정하는 실정이다. 또 한국에는 왜 소버린과 같은 대규모 자금을 가지고 저평가되어 있는 주식을 사서 지배구조를 바꾸고 가치를 높이는 지배구조개선 펀드가 없는가를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주식시장에서 국부유출을 줄여나가려면 소버린과 같은 지배구조개선 펀드가 많아져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국민연금 등 지배구조개선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리고 이런 펀드를 조장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경영권 공격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시각을 불식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어쨌든 SK㈜의 경영권 분쟁은 앞으로 한국기업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미국의 80년대와 유사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생각된다. 미국도 80년대 들어 기관 투자가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그들이 주식가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미국의 지배구조 개선에 큰 역할을 하였다. 이 때문에 SK 사태를 다른 기업들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영권 공격의 가장 좋은 방어는 좋은 경영을 통해서 주가를 높이는 것이다. 단순히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로 가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능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고 전권(全權)을 주면서 투명경영, 자율경영, 독립경영을 함으로써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노력을 배가(倍加)해 나가야 한다. 특히 단지 지배목적으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면 주가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여 경영권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 SK㈜의 주가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SK㈜가 가지고 있는 SK텔레콤 주식이 투자목적이 아니라 계열회사 지배 목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순환(循環) 출자를 통한 기업지배는 장기적 관점에서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부실 계열회사를 지원하지 못하게 되는 등 계열 회사 간 연결고리가 점차 약해질 것이므로 재벌의 선단식(船團式) 경영은 점점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시장이 변화되고 있는 것과 보조를 맞추어 정부는 국내 기업들을 옭아매온 역차별(逆差別) 규제인 출자총액제한, 의결권 제한 등도 완화해야 할 것이다. 소버린의 시도로 국부유출만을 걱정하기 앞서 우리는 모두 바뀌어야 한다. 정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의 사고와 관행을 바꾸고 국가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 교수 / 시민회의 경영환경개선운동본부장) 출처 - 조선일보 2004. 3. 1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