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강 관세 ‘한국 제외’ 인정받아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 행정 명령 서명이 임박한 가운데 일부 국가에 예외를 인정하려는 막판 움직임이 나타났다. 백악관은 7일 캐나다·멕시코와 ‘일부 국가’를 거론하며 “국가 안보를 근거로 면제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철강 25%, 알루미늄 10% ‘예외 없는 관세’에서 선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명령에 서명하더라도 발효까지는 또 유예 기간을 둘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한국에는 안보 동맹과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라는 지렛대를 활용해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고비를 넘기더라도 첩첩산중이다. 지난 대선에서 현재 상무부 장관인 월비 로스와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인 피터 나바로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대규모 감세, 규제 완화, 에너지 가격 인하 및 무역 적자 해소를 경제 분야 4대 정책 공약으로 제시했다. 무역 적자 해소를 제외하곤 대부분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트럼프 대통령은 환경규제 철회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파리기후협정에서도 탈퇴했다. 미국 의회는 트럼프의 감세안과 각종 규제완화법을 통과시켰다. 올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정 수정(폐지)과 무역 제재를 가하고 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포괄적 관세 부과를 언급함에 따라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고는 하지만, 기존 반덤핑 및 상계관세에다가 25% 추가 관세는 결정타가 될 것이다. 필자가 연산가능일반균형모형(CGE)을 이용해 수입 철강에 대한 미국의 25% 포괄적 관세 영향을 추정한 결과,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은 37∼42%나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유정관(油井管) 등 철강 가공업체의 손실이 클 것이다. 그만큼 ‘예외 인정’이 절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5% 관세 폭탄을 언급하자 유럽연합(EU), 중국, 캐나다 등 대미 수출국들이 맞대응을 공론화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다면 EU는 ‘미국적인 것(Americana)’ 3개 상품(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켄터키 버번 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에 대해 철강에 상응하는 무역보복을 강행할 것임을 밝혔다. 이들 품목의 본사가 폴 라이언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상원),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유력 정치인의 지역구에 있다는 점에서, 의회를 움직여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 통상정책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 공화당 서열 1위인 라이언 하원의장은 최근 ‘무역전쟁의 결과를 극도로 걱정하며, 백악관이 이 계획(25% 관세 부과)을 추진하지 않도록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전반적 상황에 대한 정부 통상 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느리기만 하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제232조 조사를 지시했지만, 정부는 미 상무부 보고서가 발표되고 나서야 심각성을 알았다고 한다. 5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도 아웃리치(outreach·물밑 접촉) 외에는 다른 대책이 없었다. 미국의 무역 보복에 대해선 선제적으로 미국을 설득하는 한편, 상응하는 보복을 밝히는 국가들과 연대해 관세 조치를 약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철강 이후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으로 일방적 조치가 확산되는 것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게리 콘 백악관 경제수석이 사임하고, 공화당 지도부가 반발하고 있어 수출국 연대 움직임 자체로도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 국제통상학)
출처-문화일보 2018. 3.8[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308010731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