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山으로 가는 구조조정

정책은 실기(失機)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의 충격을 주는 게 중요하다. 정책은 처방과 본질적으로 같다. 정책은 국가 몫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익에 따라 이해 중립적으로 시행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책이 진공 속에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의 질이 기업 전략보다 오히려 낮을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5년 이래 3년간 계속해서 마이너스 1.59%, 2.99%, 0.47%를 기록했다. 총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9.91%, 10.84%, 11.19%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기업 부실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비중이 2016년에 32.3%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으로 그 범위를 좁히면 비중은 41.6%로 더 높아진다.

올해 미국은 최소 3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금리 역전을 막기 위해 우리도 금리를 올리면 한계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매출이 줄고 인건비 비중이 증가하고 한계기업이 늘었다는 건 제조업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신호다.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 해고를 수반한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표심을 헤아리는 게 아닌가 추측된다. ‘일자리 프레임’에 갇힌 정부로서는 정치적으로 현상 유지를 선호할 개연성이 짙다.

기업 구조조정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12월 추진 방향으로 ‘부실 예방과 선제적 경쟁력 강화,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 금융·산업적 고려의 균형’을 제시했다. 방향 설정은 적확(的確)하지만 구조조정은 ‘구두선’이 아니다. 구조조정에 정작 필요한 ‘기득권 철폐, 인원 감축, 손실 분담’ 등의 원칙이 빠졌다면 입으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이 청산에서 회생으로 극적인 반전을 꾀한 데에는 지난 1월 3일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조선 경기 회복’ 발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 문 대통령은 당시 “조선 경기가 곧 회복될 가능성이 크며 재도약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에 이미 공적자금 7조 원이 투입됐다. 금융 지원이라는 ‘산소호흡기’를 부착해 시간을 버는 게 능사는 아니다. 기업은 살지 모르지만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구조조정은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인적자원이 재배치될 때까지 구조조정은 고용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한 번도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고용 유지를 위해 구조조정을 주저해서는 미래가 없다. 좀비 기업을 퇴출시키지 못한 일본의 구조조정 실기가 1990년대 장기침체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경제 체질을 바꿔 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칼을 들되 그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동안 순기능을 수행해 온 부실기업의 경영개선을 위한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이 6월로 일몰(日沒)을 맞는다. 시한 연장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공급과잉 업종의 선제적 사업재편을 돕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을 대기업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안’ 등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규제 를 완화하는 것도 당연한 조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문화일보 2018. 3.2[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0302010739110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