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경영주 재테크 어떻게 해야 하나

2017년 온 나라에 재테크 바람이 불었다. 코스피지수(종합주가지수)가 2500선을 넘어섰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가 연초에 비해 10배가 오르는가 하면, 안정될 것 같았던 부동산시장도 요동쳤다. 세상이 이렇다보니 땀 흘리며 정직하게 돈을 버는 데 익숙한 농민들은 왠지 손해를 보고 소외되는 느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최근 들어 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기는 하지만, 세금을 떼고 나면 이자율 2%의 수익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류에 함께하자니 위험하고, 적금만 꼬박꼬박 넣고 있자니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믿고 투자할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높은 수익에는 항상 높은 위험을 동반하는 것이 금융시장이다. 위험이 없고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이 있다고 권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기꾼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상통화에 투자하려 해도 망설여지기는 마찬가지다. 아직 기능과 역할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기적 열풍이 먼저 불고 있는 데다 정부가 강력한 규제책을 강구하고 있어 자칫하면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과거 주식 광풍이 불던 시절에 없는 돈을 끌어모아 주식에 투자하다 낭패를 봤던 경우를 회상해보면, 이번에도 그런 일 없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무엇보다 투자상품을 충분히 알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혹은 사람들이 몰린다고 해서 ‘묻지마 투자’를 하다보면 남 좋은 일만 하고 쪽박 차는 경우가 허다하다. 투자 전문가의 조언은 반드시 새겨들어야 한다. 좋은 전문가들은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권하면서 이에 따른 위험도 함께 말해주지만, 사람들은 수익이 높다는 말에만 집중하고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은 흘려듣는 경우가 많다. 최종 판단은 본인이 해야 하고 따라서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하는 매정한 금융시장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투자한 이후에도 상품이 원래 예상대로 잘 굴러가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는 것도 투자자가 갖춰야 할 기본자세다.

투자의 시작은 투자의 목적을 분명히 하는 데 있다. 농지 또는 농기구 구입, 자녀 학자금과 노후생활자금 마련 등 목적에 따라서 투자방법이 다를 수 있다. 투자목적과 원리금을 회수해야 할 기간은 연결돼 있기 때문에 투자상품도 달라질 수 있다. 자금여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돈을 더 벌 가능성이 큰 까닭은 충분한 기간을 가지고 투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빌린 돈으로 투자하는 것만큼 위험스러운 일도 없다.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투자해도 되지만, 회수가 늦어져도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돈이어야 한다.

노후생활안정을 위한 저축이라면 금융상품은 아니지만 안전하면서도 높은 이익을 보장하는 국민연금부터 충실히 가입하는 것이 맞다. 현재 국민연금은 본인이 불입한 연금보험료 원리금 합계액의 2배 내외를 연금급여로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더욱이 연금보험료를 납입할 때 추가적 지원을 받는 농가경영주는 근로자나 보통 자영업자보다 훨씬 더 유리함에도 국민연금은 가입하지도 않거나 보험료를 낮게 납입하면서 민간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국민연금에 불입하고도 여유가 있으면 세제혜택이 높은 민간 연금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다. 농가경영주는 ‘정년’의 개념이 없어서 조기에 연금을 받기보다는 가능한 한 늦춰서 연금을 받는 것도 전략이다. 수령시기를 1년 미룰 때마다 연금액이 7.2% 많아지는 것은 저금리·장수 시대에 놓치지 말아야 할 재테크 포인트다.

김용하(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출처-농민신문 2018. 2.5[사외칼럼]
<원문>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name/286836/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