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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배려한 표준화를 - 김지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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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5 | |
| 장애인 배려한 표준화를 한·일 ‘고령자·장애인 배려 표준화’에 관한 회의에 얼마 전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현재 일본에서 이미 적용하고 있는 ‘고령자·장애인 배려 표준’을 한국에서도 제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권의 표준화 문제, 그리고 한·중·일이 다같이 힘을 모아 세계표준화에 앞장서자는 일본측의 의견도 나왔다. 일본은 국제 고령자·장애인 배려 표준화(ISO/IEC 가이드 71) 제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국가답게 제안 분야가 매우 깊고 폭넓었다. 일본 참석자들은 고령자·장애인 관련 용어에서부터 치밀했다. ‘고령자·장애인 배려상품’이라고 표현하면 건강한 사람이 기피하니 일반인들도 손쉽게 접근하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도록 ‘공용품(共用品)’이라고 표현하자는 제안이었다. 이들이 제시한 ‘공용품’은 교통, 공중전화, 백화점 등 구분표시 선불카드 디자인, 각 소비자 제품의 점자 표시 및 청각 신호, 각 포장 제품의 점자 표시를 포함한 개폐 방법 및 안전 장치, 공공건물 사인 시스템, 문자정보 디자인 및 시·지각 효과 등 다양했다. 일부 디자인과 색상, 시험방법 등에 문제가 있었지만 매우 구체적이고 치밀하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일본은 역시 한발 먼저 나갔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곧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일본은 당면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는데 우리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에, 우리도 이러고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특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우리는 일본측의 제안에 대해 국내에 이 문제를 적용할 때 우리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지 살펴보는 정도였다.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일부 건축분야(인천공항)인 장벽제거 디자인(Barrier Free Design)에서 이 부분의 성과를 보이고 있고 휠체어, 의족, 의수 등 몇 종의 제품규격 등은 있으나 소비자 제품 및 서비스 분야는 전무한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출생률 1.17명으로 세계 최저출생률 국가이다. 동시에 유엔(UN)이 정한 것처럼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 비중이 7%인 고령화사회 국가로 2000년에 이미 진입하였으며, 14%가 되는 고령사회 국가(2019년)와 초고령 사회국가(20%)가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이는 노동력의 부족으로 인한 성장률 저하와 재정적자, 공적연금 적자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미 150만명에 육박한 장애인 문제와 함께 심각한 사회적 상황을 가져올 것으로 예견된다. 문제의 심각성은 극히 일부 신문에서 고령자 문제로 조세 부담률이 급등할 것이라는 자투리 기사만 있을 뿐 정부, 관 주변 사회문제연구소, 경제학자, 디자이너 등 우리 사회 그 어느 누구의 관심사도 아니라는 데 있다. 이 문제는 그 흔한 정치권의 재원조달 계획에도 없고, 총선용 선심정책에서도 들어보기 힘들다. 물류인지 경제인지 개념도 불확실한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과 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여 선진국에 진입하겠다는 거창한 정부의 발표에서도 고령자·장애인을 어떻게 배려하겠다는 이야기는 빠져 있다. 또한 경제학자와 관 주변 사회문제연구소 및 디자인연구소에서는 일자리 창출, 금융시장 불안해소, 자유무역협정(FTA)비준 촉구,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정책과 첨단 전자제품 디자인 개발 등 코앞의 대책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우리사회의 고령자는 숫자적으로 소수층이고, 사회에서도 그 다음 세대에 모든 것을 물려주고 뒤로 물러나 은퇴한 수동적인 계층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고령자·장애인들은 장수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다수층이 되므로 이들에 대한 디자인 표준화 문제는 중요한 화두로 대두할 것이다. 김지철 (세종대 디자인대학원 원장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조선일보 2004. 3. 14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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