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동결이 중요한 이유들

모처럼의 세계적 호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고용이 감소하고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8.6%이고, 체감실업률은 21.4%다.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일 수밖에 없지만, 2015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60세 정년 연장이 작년부터 전 사업장에 적용되면서 기업들은 청년들을 더 고용할 자리가 없다. 이러한 추세는 적어도 향후 3~4년간 지속될 것이다.

더 직접적 요인은 최저임금을 물가상승률이나 생산성 증가율을 반영하지 않고 16.4%나 벼락 인상을 예고한 것으로 본다. 잘나가는 정보통신기술 기업이나 대기업들은 이미 거의 모든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고 있었을 터이다.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의 부담은 영세 자영업자나 고전 중인 중소 전통산업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개인 뿐 아니라 기업 간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보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구실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자동화나 무인화를 통해 자본집약도만 높일 것이다.

그리고 최저임금의 대상이 되지 않고 살아남은 대기업 근로자들의 임금 협상력만 강화시킬 것이다. 우선 임금 인상을 요구할 명분이 된다. 그들은 적어도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더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다. 고용 감소도 그들에게는 호재다. 고용이 감소하면 임금총액을 더 적은 정규직 근로자가 나눌 수 있다. 기업 이익이 늘어나니 굳이 강력한 임금투쟁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돌아올 것도 많아지게 된다. 정부는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어느 나라에서도 도입하지 않은 중소기업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받기 위해서는 300인 미만 기업이어야 하고 사회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등 억지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노동시장을 오히려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기업에 단순히 임금 인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선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기업들의 인력조정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포함한 5대 사회보험료 부담이 늘어나고, 퇴직연금 부담도 더 늘어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정부 제도가 부과하는 준조세의 부담을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할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노동시장의 최후 보루인 고용보험의 위기다. 실업자가 이미 큰 폭으로 증가해서 실업급여 수급자가 대량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올 초부터 고용보험의 소득대체율을 50%에서 60%로, 기간은 3~8개월에서 4~9개월로 1개월 늘렸다. 이는 당장 실업급여의 지출을 더 크게 늘릴 뿐 아니라 실업급여의 수급을 위한 위장 비자발적 실업을 더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다. 실업급여는 어떤 사회보험보다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제도 중 하나다.

실업급여 보험료율도 1.3%에서 1.6%로 0.3%포인트 높였다. 이는 실제 보험료율을 약 25%나 인상하는 것이다. 기업들에 최저임금 상승률 이상의 부담이 된다. 그러나 이는 근로자들도 부담하는 것이어서 재직 근로자들이 실업자를 보조하는 것이 된다. 결과적으로 아무리 고용을 늘리려 해도 효과가 상반된 제도들의 엉뚱한 결합으로 고용은 늘어날 수 없다.

미국 연방은행의 금융정책은 시장금리가 아니라 실업률이 대표적 지표이다.

이에 따라 실업률은 우리나라와 정반대로 4.1%대로 완전고용 상태다. 이와 같이 이제 고용은 모든 경제·사회정책의 척도다. 그래서 소득주도성장은 시장이 주도하는 고용 없이는 불가능하다. 역설적으로 현재는 최저임금의 동결이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일 수 있다.

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
출처 -매일경제 2018. 1. 23[오피니언]
<원문>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8&no=49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