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최저임금 過速 위험하다

‘헛스윙’하는 타자는 공통점이 있다. 투수의 마음을 읽지 않고 구질(球質)을 판단하지 않은 채 사전에 입력된 마음 그대로 배트를 휘두른다. 정책 사고도 다를 바 없다. 확증편향이 무서운 이유다. 지난 5월 보궐선거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첫 공식 방문지는 인천공항공사였다. 그 자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대통령의 첫 공식 방문지 발언은 정치적 상징성을 갖는다. 친노(親勞)정책은 그렇게 예고됐다. 대통령의 인천공항공사 방문이라는 ‘나비 날갯짓’은 두 달 후 전년 대비 16.4% 인상된 시간당 7530원이라는 유례없는 최저임금 ‘폭풍우’를 불러왔다. 2017년과 달리 2018년부터 경제 성과는 오롯이 문 정부의 책임이다. 2020년 1만 원을 향한 최저임금 인상의 첫 조치가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연 노사 합의 역시 지난 26일 이뤄져 내년부터는 집행하기만 하면 된다. 소신껏 친노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경제는 구호로 굴러가지 않는다.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고 직업이 분화하는 상황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은 시대착오적이다. 선진 각국은 비정규직 사용 제한을 완화해 시장의 역동성을 키우되 정규직과의 처우 차이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없애면 취업 역량이 떨어지는 근로자와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한 신참자는 일자리를 얻을 길이 없다.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은 낮은 처우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해도 급여가 오르지 않으면 소용없다. 인천공항공사는 소방·안전·검색 관련 3000명은 직고용하고 나머지 7000명은 ‘자회사’를 신설해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신분을 바꿔주겠단다. 하지만 자회사 정규직 전환 관련 ‘임금 체계는 기존 아웃소싱 임금 수준을 기준으로 하되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선을 그었다. 처우 면에서 달라지는 게 없다는 얘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이해 충돌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전원 직고용하라’는 비정규직과 ‘무임승차’라는 정규직의 주장이 그것이다. 노사 간에 직접고용은 ‘제한경쟁 채용’을, 자회사는 ‘최소심사 채용’을 택하기로 합의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여전히 불만이다. 자신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될 기회가 줄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기존 정규직도 마찬가지다. 기존 1200명에 새로 3000명이 정규직으로 직고용되면 인사나 처우 면에서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도 신중히 해야 한다. 최저임금 수혜자가 저소득층이라는 보장이 없다. 주부 계산원과 아르바이트생이 저소득층은 아닐 것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취약 근로자와 영세 기업을 사지로 몰고 갈 공산이 크다. 예기치 않게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보장된 근로자들만 인상의 수혜를 누리게 된다. 최저임금의 일부 국고 부담은 독과(毒果)다. 임금은 고용주가 지급하는 게 당연칙이다. 지원 대상을 30인 미만의 영세 업체로 좁히면 30인을 넘는 종업원은 해고될 수 있다. 존재하는 것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비정규직 제로를 외칠 게 아니라, 그들의 처우 개선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생산성 이상의 임금은 지속 가능하지가 않다. 국가가 고용 형태와 임금 수준까지 개입하면 시장경제는 질식한다. 비정규직 제로와 최저임금 1만 원은 미몽(迷夢)일 뿐이다. 교정(矯正) 능력을 상실하면 정책은 폭주(暴走)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오피니언 2017. 12. 23[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71228010731110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