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혁신이 절실한 이유

2017년 현재 150조원이 넘은 퇴직연금이 수익률 면에서나 운용형태 면에서 크게 우려된다. 사드와 북핵 사태의 와중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주식시장이 작년 말 2026선에서 새해에는 2500선에 안착할 정도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됨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펀드의 수익률은 시장수익률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올해 원리금 보장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가장 높아도 2.25%에 불과하다. 작년의 경우를 보면 수수료를 뺀 평균 수익률은 1.58%였다.

확정기여형의 평균 수익률은 -2.31%로 원금을 오히려 까먹었다. 반면 작년에 국민연금기금은 4.75%의 수익률을 올렸다. 국민연금기금도 좋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 1조달러인 세계 최대 규모의 노르웨이 국가펀드는 10%의 수익률을 올렸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근로자들이 직접 운용기관과 운용형태를 결정한다. 퇴직연금은 연소득의 1개월치인 8.3%를 적립하게 돼 일부 근로자들은 449만원을 상한으로 적립되는 국민연금 보험료보다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들이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는 제도다.

더 늦기 전에 퇴직연금의 근본적인 문제를 진단해서 더 높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추구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퇴직연금은 결국 자본시장의 물주 역할에 머물고 자본시장을 퇴행시킬 수 있다.

우선, 퇴직연금의 운용은 근로자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므로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을 더 높게 해야 한다. 낮은 수익률은 근로자들의 관심 부족에 따른 것이고 그들에게 기본적인 책임이 있음을 인식시켜야 한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본인이 내지는 않지만 엄연히 1개월치에 해당하는 임금의 일부이고 자신들의 돈이다. 자신들이 지금 받아야 할 돈을 법률로서 퇴직 후에 받아갈 뿐이다. 따라서 자신의 퇴직연금이 바르게 운용되고 있는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수익률이 낮다면 고용주에게 떳떳하게 기금 운용기관을 바꾸도록 요구해야 한다.

둘째, 근로자들은 어떤 투자 방법이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안정적인 노후에 보탬이 될 수 있는지 항상 고용주와 협의해야 한다. 고용주는 운용기관의 선정에 있어서 주거래 금융기관이라거나 기업자금 운용의 보이지 않는 수혜 등 사적 이해관계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확정기여형으로 운용할 경우 고용주는 손해 볼 것이 없을 수 있지만, 확정급여형으로 운용된다면 근로자가 퇴직할 때 법정퇴직금과의 차액은 고용주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자들은 법적으로 요구되는 퇴직연금 교육을 성실히 이행해야 하고, 기업주도 퇴직연금을 열심히 학습해서 자신이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노후책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진정한 노사 협력은 지금의 임금 협상이 아니라 퇴직 후 근로자들의 생활을 어떻게 안정되게 할 것인가부터 시작돼야 한다.

셋째, 자본시장은 연금기금의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와 실력을 길러야 한다. 수익률보다 높은 수수료를 가져가는 운용기관은 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다. 수수료는 수익률 성과에 따라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들의 자본시장은 이러한 방향으로 기금운용의 성실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래야 능력 있는 운용인력이 양성될 수 있고 연금시장뿐 아니라 자본시장이 활성화된다.

마지막으로, 민간에서 운용하는 연금기금의 수익률이 공공 부문의 국민연금보다 낮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큰 문제다. 결론적으로 이는 퇴직연금의 운용규제가 공적연금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는 운용기관의 지배구조나 기금운용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민간기금은 공공성, 형평성 혹은 자본시장에 대한 정부의 묵시적 압력을 우려해서는 안 된다. 오직 수익률로 성과를 말해야 한다. 운용기관은 어떤 공적연금이나 저축수단보다 더 높은 퇴직연금의 수익을 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퇴직연금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





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
출처 - 매일경제 오피니언 2018. 1. 1[기고]
<원문>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8&no=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