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야심작 ‘일대일로’ 美·中 간 경쟁 가속화되나

시진핑 주석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에 이어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근거지였던 충칭을 방문했다. 충칭은 10여년 전 시작된 중국의 서부대개발 거점도시로 현대차,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많은 국내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지역이다.

오늘날 충칭은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핵심 지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방 간 경쟁을 우려해 중국 당국이 일대일로 출발점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충칭이 유력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일대일로 구상은 2015년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앞서 2013년 11월 발표된 중국 정부의 ‘새로운 대외개방 체제 구축’에서 일대일로를 대외경제 분야 정책 목표로 설정하면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은 ‘개방형 신경제 체제 구축’ 목표 달성을 위한 3대 전략으로 해외 투자 확대, 자유무역구 건설, 일대일로 추진을 들었다. 이 중 일대일로 정책은 핵심 대외 전략이다. 현재의 계획이 실현되면 세계 경제질서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라시아 대륙의 주요 물류 인프라가 중국에 의해 운영되고, 국제무역에서 미중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2001년 말 WTO 가입 이후 중국의 개방개혁은 가속화됐다. 이후 10여년에 걸친 고성장으로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G2 체제를 형성했다. 중국의 부상과 동아시아 영향력 축소 위협에 직면한 당시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내걸었다가,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5년 10월 5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TPP 12개국 통상장관회의에서 3년에 걸친 협상이 타결된 직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국제 경제질서를 쓰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TPP가 중국 견제 정책이었음을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일대일로 정책은 중국이 중앙아시아, 유럽과의 경제 교류를 확대하고,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미국과의 경쟁구도가 표면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은 과거 실크로드가 지역 평화와 국제 교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규정한 후, 일대일로 정책은 이런 실크로드 정신을 오늘날 시대정신에 맞게 실현하는 것이라 포장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일대일로에서 일대(一帶)는 서부대개발 사업에 이어 중앙아시아 지역 교통 인프라를 확충해 중국을 유럽과 육로로 연결하는 고대 실크로드 실현 구상이다. 일로(一路)는 아프리카까지 항해했던 명나라 정화 장군의 대항해 개척정신을 오늘날 국제 정세에 맞게 설계한 것으로 주요 해상거점을 중국 주도로 새롭게 개발해 해상운송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대국굴기’와 ‘중국몽’ 실현을 위한 시진핑 정부의 야심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식 세계 경제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대외경제 정책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대응 방안으로 기획됐지만, 현재 중국이 직면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도 활용된다. 일대일로는 자국의 과잉생산 설비 구조조정, 막대한 외환준비금의 생산적 활용 등의 목적으로 추진하는 데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제조업의 해외 시장 진출 인프라 구축 전략으로 활용되는 중이다.

중앙아시아 내 일대일로 주요 거점 지역에 돈과 사람이 몰리면서 새로운 경제권이 형성돼 중국 기업 진출이 늘고 있다. 기본적인 교통 물류 인프라 구축에만 8000억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건설 공사 대부분을 중국 기업이 맡아 우리 기업 참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의 충칭 방문으로 우리 기업의 일대일로 참여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매경이코노미 2017. 12. 26[경제칼럼]
<원문>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17&no=85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