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 내년 최저임금 인상 감당할 수 있나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인 국민소득주도 경제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내년 최저임금을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인상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제적 영향`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 인상되면 산업임금이 0.55% 인상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 9.02%의 임금 인상과 0.22%의 경제성장 감소, 고용 0.01% 감소가 예측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개별 기업에 미칠 가장 큰 충격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에 의해 당기순이익이 당기순손실로 전환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예상되는 9.02% 임금 인상을 낙관적으로 5%로 추정하는 경우에도 국민소득은 5조6000억원이 증가하나, 총 1만3044개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3334개(26%) 기업이 당기순이익에서 당기순손실로 전환되는 한계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모별 당기순손실로 전환되는 기업은 매출 500억원 미만 규모에 속한 9603개 기업 가운데 29%인 2803개로 가장 많고, 매출 5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규모에 속한 171개 기업 중에서는 13%인 23개로 가장 적다. 또 산업별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는 기업은 전기가스산업에 속한 기업이 54개 중 43%인 22개로 가장 많고, 연료산업에 속한 기업이 19개 중 16%인 2개로 가장 적다. 이는 모든 기업 규모와 산업에서 많은 기업이 한계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3334개 기업이 당기순손실 발생이라는 한계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기업경영이 위축돼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당기순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이들 기업에 속한 55만명의 종업원은 대부분 임금동결 내지 인하 또는 구조조정에 의한 실업 등으로 소득 감소의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기업보다 열악한 경영환경에 있는 수많은 자영업자인 소상공인에게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생존의 문제로 직결될 것이다.

순손실이 발생할 한계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임금상승분을 임금 인하와 인원 조정에 의해 기존 임금에서 흡수하려 할 것이며, 임금상승으로 이익구조가 취약해지는 기업도 기존의 임금을 축소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내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국민소득의 증가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많은 기업과 소상공인이 한계상황에 처하게 되고 이에 속한 많은 종업원이 고통을 받게 되는 부정적 효과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보다 크다. 결국 국민소득주도 경제성장이라는 정부정책이 우리 경제를 더 어렵게 할 가능성도 신중하게 고려돼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민소득주도 경제성장이 지속가능한 성공적 경제정책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소득주도 경제성장이 가능한 전제조건은 임금 인상에 의한 국민소득 증가가 기업의 매출로 실현되고, 임금 인상분이 기업으로 환원돼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업이익률 10%라는 낙관적인 가정에서도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나는 국민소득 5조6000억원이 56조원의 매출 증가로 실현돼야 영업이익으로 임금 인상을 회수할 수 있다.

이는 임금 인상의 국민소득 증가가 10배의 승수효과를 유발해 매출이 10배 증가하는 기적을 의미하는 것으로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매년 기적과 같은 매출 증가가 없는 한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인상분이 회수되지 않아 이익 감소가 돼 견실한 기업도 결국 한계기업이 되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 아니다.

가보지 않은 국민소득주도 경제성장 정책을 시행하고 그 후 문제를 보완해가는 시행착오를 할 수 있는 한가한 우리 경제상황이 아니다. 지금이 내년에 시행될 최저임금 인상을 기업이 부담할 수 있는가와 임금 인상에 의한 소득 증대에 의한 경제성장이 지속가능한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때이다.



이종천 (숭실대 경영대학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17. 12. 23 [기고]
<원문>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7&no=778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