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입시개혁, 내신 공정성에 있다 - 권대봉
	2004-03-04
	[자료집]이해충돌방지장치_토론회.pdf
입시개혁, 내신 공정성에 있다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는 오는 8월까지 내신성적 중심의 대학입시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리고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자문회의가 2008학년도 입시부터 이공계에 한해 수능이 아니라, 대학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수학과 과학 시험만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요구하기도 하여 대입 선발시험에 관한 한 대통령 직속기구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그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대학 입학 전형의 대학 자율 원칙을 천명해 왔다. 그러나 고교 교육의 정상화 도모와 합리적인 학생 선발의 최소 기준으로 논술외 필답고사와 학교 차이를 인정하는 고교등급제는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혁신위원회가 내신 위주의 대학입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숙제가 아니다. 교육혁신위는 내신성적과 관련, 현존하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가 대학 당국에 요구하는 입시 원칙은 적법성·타당성·신뢰성·공정성이기 때문이다. 첫째, 학교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내신성적의 적용이 적법성이 있느냐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지금은 학생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 평준화지역이냐 비평준화지역이냐에 따라 학교선택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어 학교간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내신성적 적용이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23개 지역에서 68%의 고등학생이 평준화 학교에 재학중이고, 그 나머지 32%의 고등학생은 비평준화 학교에 재학중이다. 평준화된 지역의 학교와 비평준화된 지역의 학교 사이에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평준화 지역 내의 학교간 차이가 엄존하지만 학교간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과연 적법성이 있는지를 따져보고, 2008학년도부터 내신 위주의 대입 전형이 이뤄지면 학교간의 실력 차이를 어떤 방법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둘째, 교과 이외 영역에 내신성적에 대한 교사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어떻게 보증할 것인지가 문제다. 2005년도 정시 모집 기준에 따르면 수능성적 50% 이상을 반영하는 대학이 136개교이고, 학생부 교과 성적의 실질 반영 비율은 10.73%다. 그러나 2008학년도 이후에는 수능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학도 늘리고, 고교 교사의 평가를 중시하여 학생부 반영 비율을 증가시킨다는 것이 교육 당국의 대입정책 변화 방향이다.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평가 비중을 높이기 위해 교육 당국은 교과 성적뿐만 아니라 비교과 영역도 내신에 포함시킨다고 하는데, 비교과영역 평가는 매우 주관적이므로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만약 비교과 영역을 대입 내신에 포함시킨다면 신뢰도와 타당도를 어떤 방법으로 보증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셋째, 내신의 공정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가 문제다. 학교마다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교과성적 내신 부풀리기를 어떤 방법으로 정상화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학교내 차이를 어떻게 내신에 공정하게 반영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학교 교육 정상화 대책의 일환으로 수준별 이동수업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수준별 학력차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단계에 대해 절대평가를 할 것인지, 아니면 상위수준·중간수준·하위수준 단계별로 절대평가나 상대평가를 할 것인지, 그 평가 결과를 어떤 방법으로 내신에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한편, 내신 위주로 대학입시를 치를 경우, 서로 다른 교육 과정을 이수한 다양한 목적의 고등학생들을 어떻게 공정하게 비교평가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일반계 고교, 특성화된 실업계 고교, 특수목적 고교, 대안학교, 방송통신고, 그리고 고등학교 학력 인정 평생교육기관들의 교육과정은 설립 목적에 따라 저마다 다양하고 특색이 있다. 다양한 목적의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의 내신을 어떻게 공정하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대학 입시에 종속된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2008학년도 대입부터 수능시험 비중을 낮추고 교사의 학생 평가 비중을 높여 내신 위주로 대학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안을 오는 8월까지 교육혁신위원회가 마련할 것이라는 교육부총리의 약속에 국민들이 거는 기대는 높다. 교육혁신위의 내신 중심 대학입시 방안도 적법성·타당성·신뢰성·공정성의 원칙을 담아야 할 것이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대학원장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3. 4 포럼